'빅3'로 통하는 생명보험사의 한 설계사는 5월 월급 명세표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보험 체결 횟수는 전달과 비슷했음에도 수입이 10%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지난달부터 저축성보험의 신계약비(보험사가 보험 계약 체결 후 1년 동안 사용하는 비용으로 판촉물제작비, 설계사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가 90%에서 70%로 감소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신계약비가 90%라는 말은 보험 계약 이후 보험사가 지불해야 하는 돈의 총액을 100으로 봤을 때 그 비용의 90%를 1년 안에 쓴다는 의미다. 신계약비가 90%에서 70%로 줄었으니 신계약비의 50~60%를 차지하는 설계사의 수수료 수입도 따라서 줄 수밖에 없다. 그는 "변액보험의 판매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마당에 수수료 수입도 줄어 난감하다"고 씁쓸해했다.
생명보험사의 상당수 설계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금융 당국이 지난 4월 저축성보험의 해약환급금을 높이기 위해 신계약비를 종전에서 20%포인트 낮춘 70% 미만으로 조정한 결과가 수입 감소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부터 삼성생명을 비롯해 대한생명 등 상당수 보험사들이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 규모가 줄었다.
그간 생보사의 신계약비는 90% 수준이었다. 보험사들은 1년 안에 설계사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총 금액의 90%를 쓰고 나머지 10%를 3년 내에 지급해왔다. 신계약비가 이처럼 높았던 이유는 보험 계약 초기에 수수료를 많이 지불해 설계사들의 성취 동기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보험 계약이 중도에 깨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신계약비가 너무 높을 경우 설계사의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생보사들은 수수료 조정 당시 수수료 인하 사실을 알렸지만 막상 변경된 수수료의 적용을 받은 상당수 설계사들은 벌이가 더 팍팍해졌다며 울상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일부 설계사의 반응일 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 계약 체결 이후 받는 총액은 이전과 같고 저축성보험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는 게 그 이유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이번 신계약비 조정은 저축성보험에만 국한된다"며 "저축성보험의 판매 비중도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금융 당국이 수수료 지급에 대한 개입을 더 강화할 경우 다른 상품으로까지 유사한 조치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계약 초기 받는 돈이 조금 줄어들 수는 있지만 결국 받는 돈은 같아 조삼모사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