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명품마을 조성·지역주민 탐방가이드 활용… 일자리 창출 도울 것

탐방객 경로 등 빅데이터 공개해 민간 창업기반 제공

안전요원 계약직 많아 사고 대처 한계…정규직 확대해야

국립공원 주변 둘레길 늘려 등산수요 분산 유도할 것



최근 강원도 원주 혁신도시에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사옥 건립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1987년 공단이 설립된 후 처음으로 마련하는 단독 청사다. 박보환(58·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사옥 건축과 관련해 한 가지를 주문했다. 건물을 사각형 대신 곡선으로 설계하라는 것.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 전통의 선은 곡선이었고 선이 가진 부드러운 형태처럼 사람들의 사고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며 "산업화 시기에 건물과 도로가 직선 형태로 바뀌면서 사고가 경직됐는데 곡선의 아름다움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일처리 과정에서도 유연한 사고를 강조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설립 목적은 생태환경의 보존과 국민의 여가증진이지만 최근 지역 일자리 창출,명품 마을 조성 등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해부터 지리산·설악산·경주·다도해해상지역공원에서 지역주민을 탐방 가이드로 활용하는 민관협업을 실시했다. 해당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역 주민이 탐방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안내해주며 탐방객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전문 탐방 가이드 업무를 통해 일자리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박 이사장은 "지역주민은 국립공원 근처 맛집과 숙박·볼거리·체험거리 등 유용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만큼 약간의 훈련만 받으면 탐방 가이드로 손색이 없다"며 "전문여행업체가 상품개발에 나서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탐방 가이드를 발굴·육성하면 여행업체·지역주민·탐방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내년부터 20개 공원에 현지 탐방 가이드 수백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역주민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명품마을 조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명품마을은 국립공원에 자리한 마을을 생태자원으로 활용해 주민소득을 높이고 탐방객의 만족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돼 현재 6개 국립공원에 10개의 명품마을이 조성됐다. 올해에는 전남 여수 다도해해상 동고지마을, 전남 화순 무등산 도원마을, 경북 영주 소백산 달밭골마을 등 3곳이 신규 명품마을로 선정돼 3억~6억원가량의 사업비가 각각 지원된다. 이들 명품마을은 방문객 체험공간, 야생화 단지, 생태관광 프로그램 등 다양한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마련된다. 박 이사장은 "2010년 국립공원 내 첫 명품마을로 선정된 다도해해상 관매도는 1년 만에 탐방객이 10배 증가하고 주민소득이 11배 이상 늘어나는 효과를 나타냈다"며 "올해에도 3곳의 명품마을을 신규로 조성하는 등 2017년까지 18개 명품마을을 만들어 주민소득을 높이면서 자연자원을 보존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콘텐츠를 통해 지역주민과 민간기업의 창업 기반 제공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생태환경·탐방로 등 자체 보유한 콘텐츠 가운데 70%가량을 공개해 민간기업과 탐방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지리산국립공원 탐방로 데이터베이스(DB)를 공개하면서 민간기업이 '지리산둘레보고'라는 관광 앱을 개발했고 올해에는 국립공원 탐방객의 이동경로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민간에 제공할 예정이다. 이동경로가 분석되면 탐방 혼잡도를 낮출 수 있고 유동인구 밀집지역 중심으로 효율적인 상권 배치를 할 수 있다. 또 농업 등 전통적 산업에 종사하던 주민들이 소득증대를 위해 식당 개업 등 영리사업을 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 이사장은 "지리정보시스템(GIS)에 기반한 국립공원의 데이터를 통해 상권형성과 탐방로 안내 등 다양한 사업 기회와 편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지리산 영농조합 등 일부 사업체들이 현재 이런 콘텐츠를 활용해 사업을 시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은 지역주민들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적극적으로 없애 나가고 자연보존을 위해 필요한 토지 매입을 늘릴 예정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면적의 34%가 사유지여서 토지소유자들은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고 있다. 박 이사장은 "공원 마을지구에서 주거·농림수산업용 건축물을 증축하는 경우 허가사항에서 신고사항으로 완화했고 주거용 건축물을 10% 이내로 증축하면 신고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계속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립공원은 자연보존이 중요한 만큼 공원 내 사유지 매수사업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등 생태보존 업무를 확대하겠다"며 "하지만 주민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마을이나 농경지 등 생태적 가치가 적은 지역은 국립공원에서 해제해 주민들이 자유롭게 재산권을 행사하도록 돕겠다"고 설명했다.

중학교의 자유학기제가 확대됨에 따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박 이사장은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이 필요한데 환경체험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북한산국립공원 등에서 자연환경해설과 환경직업체험 등을 시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앞으로 학생들에게 환경교육 기회를 넓힐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년소녀가장, 저소득계층 자녀 등 비용 문제로 국립공원을 방문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초청 행사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박 이사장은 "2009년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 845명을 국립공원에 초청한 후 규모를 꾸준히 늘려 지난해에는 2만5,000여명에게 경제적 부담 없이 국립공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앞으로 생태복지를 강화해 저소득층의 국립공원 탐방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4월 세월호 참사로 안전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탐방객의 안전과 응급상황 대처 능력을 높이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국립공원은 특성상 산행을 즐기는 방문객이 많아 조난·낙석사고에 노출돼 있고 산행 중 심장마비 등 각종 비상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에게 심폐소생·긴급수송 등 이른바 '골든타임' 내에 응급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안전요원의 숫자가 부족하고 또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주 교체되는 비정규직이어서 사고 발생시 능숙한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박 이사장은 "현재 안전관리요원이 18개 국립공원에 153명 배치돼 있는데 계약직으로 운영돼 전문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가적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도와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예산을 최대한 늘려 안전관리요원의 추가 확충과 처우개선을 이뤄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산행 인구가 많은 국립공원에는 거점마다 비상대기조를 편성해 긴급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골든타임을 넘기지 않도록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에 대한 예비 훈련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노후된 설비도 시급히 교체할 계획이다. 해상국립공원 내 순찰선의 선령이 27년가량으로 낡아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 이사장은 "예산 문제가 있지만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비용을 집행해야 한다"며 "노후된 장비와 선박 등을 이른 시일 내 교체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사태나 낙석 가능성이 높은 급경사지에 대한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박 이사장은 "현재 국립공원 내 125개 지역을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해 해빙기나 집중호우 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있다"며 "태풍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초기대응 매뉴얼을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산·설악산·지리산 등 일부 국립공원은 수용인원보다 과도한 탐방객이 몰려 자연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고 탐방여건의 질적 저하가 발생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이에 대해 두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지리산 칠선계곡과 노고단, 북한산 우이령길 등은 탐방예약제를 시행해 미리 예약한 탐방객들만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이사장은 "탐방객을 대상으로 생업을 꾸리는 지역주민이 많아 오랜 시간 협의해서 도입한 것"이라며 "처음에는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지금 탐방예약제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면 방문객과 주민 모두에게 높은 만족도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또 "연말께 탐방예약제의 운영성과를 평가한 뒤 설악산국립공원 등에도 시행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설악산은 지난해 335만명이 방문했는데 이 가운데 단풍철인 10~11월에 무려 117만명이 몰려 인원 분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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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대책은 탐방경로의 분산이다.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 탐방객들은 정상에 오르기 위한 수직적 탐방 경로를 선호해 탐방객 분산이 잘되지 않는다"며 "지리산 둘레길처럼 수평적 탐방 경로를 확대해 탐방객의 분산을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He is…

△1956년 경북 청도 △1975년 경북고 △1985년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1994년 건국대 행정대학원 석사 △2004년 한나라당 경기도당 사무처장 △2006년 한나라당 재정경제 수석전문위원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경기 화성을) △2009년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2010년 한나라당 국민공감위원장 △2011년 한나라당 경기도당 수석부위원장 △2013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소통이 최고 조직문화"… 서류업무 줄이고 전화로 보고받아

■ 박 이사장은

지난 3월22일 변산반도국립공원 내 소사코스 재백이고개에서 70대 등산객 한 명이 산행 도중 갑자기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구조대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호흡이 미약한 상태였다. 곧이어 헬기가 도착해 사고자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안타깝게 사망했다.

국립공원 방재관리부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발생경위와 재발방지 등 서류업무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보환 이사장이 취임한 후 불필요한 서류 업무를 대폭 줄이면서 방재관리부는 현실적인 대책 마련에 시간을 더 투입할 수 있었다.

박 이사장은 "직원들이 편하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추고 경청해야 서로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불필요한 서류 업무를 줄이는 대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수시로 전화를 받으며 개선점을 마련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고령 탐방객들의 심장마비 등을 막기 위해 안전쉼터 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자동심장제세동기 설치, 구조인력의 거점 배치 등의 방안을 마련해 놓았다.

박 이사장은 직원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여긴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이후 3개월 동안 전국 31개 사무소와 연구소를 모두 방문했다. 고급 승용차 대신 카니발을 타며 3개월간 2만여㎞를 주행했다. 박 이사장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주일에 2~3번 지역사무소에 방문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며 "조직이 잘 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소통과 이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도 지니고 있다. 취임한 후 심폐소생술 자격증도 획득했다. 이사장이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보유하자 임원들도 심폐소생술 교육을 모두 이수하게 됐다. 박 이사장은 "국립공원에서는 등산객의 심장마비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신고를 받으면 직원들이 언제나 환자를 구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안전관리는 워낙 중요한 만큼 기관장도 다른 직원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능력을 익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권욱기자 대담=오철수 사회부장(부국장대우) csoh@sed.co.kr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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