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들 "환율효과 이후 대비하라" 비상

삼성·LG전자 등 "1분기 실적은 일시 현상" 수익 개선 독려

“더 이상 환율 효과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최근 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던 ‘환율 효과’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고 있어 서둘러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실제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환율 효과’가 사라진 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임원회의 때 “환율 효과가 사라진 올해 말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며 “환율 덕분에 제품이 잘 팔린다고 절대 자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해 말쯤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일본 등 해외 기업들이 환율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도 최근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 수출전략회의에서 “환율 효과로 인한 착시현상에 빠지면 안 된다”며 “판매대수 등 환율을 고려하지 않은 지표를 기준으로 해도 좋은 실적이 나와야 한다”고 독려했다. 강호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사장 역시 5월 월례사에서 “1ㆍ4분기에 수출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는 일시적인 환율 효과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며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하락한 지금은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주요 기업 CEO들이 이처럼 높은 환율에 따른 착시효과를 경계하고 나선 것은 환율 효과가 사라질 경우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ㆍLG전자ㆍ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은 올 1ㆍ4분기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는 높은 환율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이 1,300원에서 1,200원으로 하락할 경우 국내 주요 수출기업의 올해 영업이익도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LG전자의 경우 1조7,501억원에서 1조5,472억원으로, SK에너지는 1조7,499억원에서 1조4,141억원으로, 현대차는 1조5,316억원에서 1조485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도 10일 우리나라 기업 실적이 다른 국가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환율 효과’를 제외하면 성장성과 수익성이 크게 부진하다”며 “환율에 기댄 실적을 근거로 경기회복을 예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반영된 자국 통화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지난 2007년 13.2%에서 지난해 24.3%로 약 두 배나 높아졌지만 엔화가 강세를 나타낸 일본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6.9%에서 0.5%로 급락했다. 반면 환율 요인을 제거한 달러 기준으로 보면 일본 기업들의 매출증가율은 오히려 5.6%에서 14.4%로 크게 높아진 데 반해 국내 기업들은 16.4%에서 5.1%로 떨어졌다. 또한 지난해 4ㆍ4분기 한국 기업(39개사 기준)의 매출증가율은 원화 기준으로 13.4%에 달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무려 -23.2%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 상대인 일본 기업들은 경기침체에다 엔고로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의 60% 이상이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포스트 고환율시대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