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30일] 4월의 마지막 날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로 시작하는 박목월 시인의 '4월의 노래'가 마치 진혼곡처럼 슬프게만 느껴지는 4월의 마지막 날이다. 특별히 '배를 타노라'라는 시구가 더욱 커다란 슬픔으로 점철되는 것은 왜일까. 어제 우리는 천안함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46명의 영웅들을 합동영결식을 끝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아주 먼 길로 떠나 보냈다. 아마 유가족들이 쏟아내는 눈물만큼이나 우리 국민 모두도 함께 울었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이번 참사 발생 직후 실종자 구조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와 수색 작업을 돕기 위해 투입됐다가 민간 어선끼리의 충돌로 침몰해 희생된 선원 9명을 비롯, 해안 초계비행 중 추락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4명의 대원들에 이르기까지 46명의 영웅을 비롯한 15명의 영령들에게도 우리 국민 모두는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직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이번 사고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졸지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일 것이다. 망연자실 슬픔에 잠겨 있는 유족들의 심정을 일일이 헤아릴 수는 없지만 유족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만큼은 깨끗이 치유될 수 있도록 국가와 국민 모두가 반드시 헤아려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여기저기서 유가족을 돕기 위한 성금 모으기 운동이 전개되는 가운데 방위산업체인 모 그룹에서는 "유가족 중 1명을 최우선으로 채용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고인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기 위해 우리가 진정으로 유가족들에게 보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또한 진정으로 우리가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물론 폭발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군의 초기 대응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포함한 우리 군의 군기강 확립 등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고칠 것은 고쳐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상처 받은 유가족의 마음이 제대로 치유될 것이며 우리 군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국민 모두의 마음도 함께 치유될 것이다.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며 노래했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에서 차가운 고통을 견뎌내면 향기 가득한 라일락이 피어난다는 것이다. 103년 만에 가장 춥다는 4월은 아직도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지만 자연은 기어코 아름다운 라일락을 피워내듯 지금은 우리의 영웅들을 이렇게 떠나 보내지만 해마다 4월이면 조국의 이름으로 우리의 가슴속에 다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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