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면 신기술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휴대폰, 복사기, 컴퓨터, TV, VTR, 하다 못해 볼펜과 포스트 잇까지. 우리를 편하고 즐겁게 만드는, 그러나 너무 일상화되어 무심코 지나치는 모든 물건들이 이 세상에 나올 때는, 그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는 획기적인 신기술의 산물이었다.
오랫동안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였던 VTR은 조만간 DVD에 밀려 거추장스러운 고물로 전락하고 있고, 조금만 더 지나면 골동품 가게에서나 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흔히 신기술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고들 한다. 다시 말하면 어떤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하여 사용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될 때 신기술로서 생명력을 가진다. 이렇게 신기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기업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기도 한다.
하나의 예로 약 50년 전에 복사기를 최초로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IBM과 코닥, 그리고 제록스가 심각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진공관식 계산기와 카메라 분야에서 최첨단을 걷던 IBM과 코닥은 복사기의 상업적인 잠재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상업화를 포기하게 된다.
반면 제록스는 이들 대기업이 포기한 아이템을 시장성이 충분하고 회사의 규모면에서도 수용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최초로 상업화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영어사전에 `xerox`라는 동사가 새로 생길 정도로 복사기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또 다른 예로 우수한 신기술로 인정 받고도 상업화 과정에서 뼈 아픈 실패를 겪은 사례도 있다. 80년대 비슷한 시기에 VTR를 개발한 일본의 소니와 마쓰시타 두 회사가 팽팽하게 맞붙었는데 당시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소니의 베타 방식이 한수 위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소니가 기술력의 우위만을 믿고 일방적인 공급독점 전략을 펼친 반면 마쓰시타는 재빨리 기술을 공개해 다른 가전업체들을 우군으로 삼았고, 비디오테이프 제조회사에도 적극 협조하여 시장을 과점하는 전략을 세웠다. 결과적으로는 가정용 VTR 시장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기술력이 뒤진 마쓰시타가 석권하게 된다.
기술개발에는 항상 실패와 좌절이 있기 마련이지만 한때의 실수가 큰 성공을 거둔 전화위복의 재미있는 사례도 있다.74년 미국의 3M에서는 접착용 풀도 함께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직원의 실수로 풀의 원료를 잘못 섞는 바람에 접착력이 없어 붙여놓을 때마다 떨어지곤 하였다.
그 때 아트 프라이라는 젊은 직원이 쓸모없이 버려질 풀을 메모지에 뭍혀 책에 붙여 두었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책에 아무런 손상도 입히지 않고 떼어 낼 수 있는 접착식 메모지를 개발하여 상품화하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는 포스트-잇이 탄생하게 된다. 신기술은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소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가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민과 판단, 삼국지에나오는 비책과 의사결정, 시행착오, 좌절을 이겨내는 노력, 그리고 꿋꿋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기술 중에는 중소기업에서 개발하여 상품화한 것이 훨씬 많다. 어쩌면 그 신기술을 개발할 당시에는 거의 모두가 작은 규모의 기업이었을 것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우리의 고객은 중소렉Γ낢蓚汰甄? 그래서 우리의 어깨는 더욱더 무거워진다.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서서 같이 호흡하고 고민하며, 좌절하는 자리에서까지 함께 하면서 아이디어를 신기술로 가꾸고, 그 기술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여야 할 것이다.
우리 기금은 이를 위해 아이디어와 신기술이 있는 중소기업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신뢰 받고 경쟁력 있는 중소렉Γ낢蓚?종합지원기관으로서 역할을 한층 더 제고해 나갈 것이다.
<현상경 기자 hs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