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폐쇄] 자물쇠 설치 이중잠금… 출입 봉쇄
기자들 "이전 거부" 맨바닥에서 기사 작성보도자료 e메일 제공도 중단…갈등 확산
홍병문
기자 hbm@sed.co.kr
외교통상부 등 정부부처 출입기자들이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강호천(오른쪽) 국정홍보처 홍보지원팀장을 만나 자물쇠로 잠긴 기존 기자실의 개인물품을 빼낼 수 있도록 기자실 열쇠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홍인기기자
국정홍보처가 12일 총리실 등 정부 중앙청사에 있는 기존 기사송고실을 비롯해 11개 부처 기사송고실의 출입문을 잠그고 기자들의 출입을 봉쇄했다.
그러나 관련 부처 출입기자들은 정부가 새로 마련한 통합브리핑실 이용과 새 송고실 이전을 전면 거부하기로 해 정부와 언론 간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총리실ㆍ통일부ㆍ행정자치부ㆍ교육부와 중앙청사 별관의 외교통상부는 물론 과천청사의 건설교통부, 별도 건물로 있는 문화관광부ㆍ정보통신부ㆍ국세청 등 11개 부처 기사송고실의 문을 걸어 잠가 기자들의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특히 출입문 밑에는 자물쇠를 새로 설치해 이중 잠금장치를 해놓았고 송고실 옆의 휴게실도 평소와는 달리 잠겨 있었다.
홍보처는 송고실 출입문에 "정부는 10월1일부터 모든 브리핑을 합동브리핑센터에서 실시하고 있고 기사송고실을 브리핑센터에 마련해 운영 중"이라며 "이곳에서 이뤄지던 서비스는 새로 마련된 합동브리핑센터 내 기사송고실로 옮겨 실시하고 있어 이곳 송고실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안내문에는 "기자 여러분은 합동브리핑센터에 마련된 송고실을 이용해달라"면서 "언론계 등에서 제기한 취재접근권은 충분히 보장할 것"이라고 밝힌 뒤 "앞으로 이곳은 정부 부처의 사무실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홍보처는 또 안내문을 통해 송고실 내 개인 사물 정리를 위해 필요할 경우 접촉할 전화번호도 공지했다.
이에 따라 아침 일찍부터 출근한 기자들은 송고실에 들어가지 못한 채 복도나 휴게실 등에서 무선 모뎀 등을 이용해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했다. 일부 기자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자 복도를 서성대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중앙청사 5층 브리핑실의 경우 정부가 문을 잠근 채 사무실 전환 공사를 시작, 공사 잡음으로 기사송고에 애로를 겪었다. 중앙청사로 출근한 기자들은 "설마 했는데 문을 철저하게 잠가놓았다"고 황당해 했다.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중앙청사 별관 2층의 기사송고실이 폐쇄됨에 따라 로비의 의자와 바닥에 앉아 기사를 작성ㆍ송고했다.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중앙청사의 홍보처장실을 항의 방문했지만 김창호 처장이 자리를 비움에 따라 강호천 홍보처 홍보지원팀장에게 항의의 뜻을 전했다.
정부는 또 기사송고실 완전 폐쇄와 동시에 그 동안 부처별로 출입기자들에게 제공했던 보도자료 e메일 서비스도 전면 중단했다. 보도자료의 부처 홈페이지 게시는 중단되지 않았다.
관련부처 기자 간사단은 이날 오후 기자협회 취재환경개선특위와 함께 회의를 거쳐 "기사송고실 폐쇄에도 불구하고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한 정부 측의 획기적인 태도 변화 또는 선진화 방안 완전 폐지 등의 조치가 없는 한 통합브리핑실 이용과 새 송고실 이전을 계속 거부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간사단은 그러나 통합브리핑실에서 이뤄지는 브리핑은 거부하지만 언론의 기본사명인 취재와 보도는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보도자료나 전화취재 등을 통한 관련 내용의 기사화는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기자들이 모여 있는 중앙청사에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언론단체 관계자들이 방문해 기자들을 격려했다.
전날 홍보처는 정부 청사 내에 있는 주요 부처 기사송고실 및 정통부ㆍ해양수산부 등 독립청사에 있는 기사송고실의 인터넷과 일부 전화선의 공급을 차단했다.
입력시간 : 2007/10/12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