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 반군이 수도 인근까지 진격하자 궁지에 몰린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폭탄에 화학무기를 장착해 조만간 사용하려 한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미국의 군사개입을 경고하면서 알아사드 대통령도 중남미 국가들에 망명을 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는 시리아 정부군이 맹독성 사린가스의 원료(precursor chemicals)를 폭탄에 탑재하고 알아사드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직접 이번 사태에 개입할 것임을 공식화하고 외교적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오는 12일 모로코에서 열리는 시리아 관련 국제회의에서 반군 지휘부를 시리아 대표기구로 인정할 예정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회의에서 "알아사드의 퇴진은 결국 시간 문제"라며 "얼마나 더 많은 인명이 희생된 뒤 물러날 것이냐 하는 문제만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갈수록 상황이 절박해진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은 미국에 레드라인(금지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가 수만명 규모의 부대 파병을 포함한 비상계획을 준비해왔으며 화학무기가 배치되기 전에 공습해 물자를 파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반정부군 조직인 자유시리아군은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 근교의 아크라바 군사공항을 장악해 아사드 정권을 압박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으로서는 화학무기를 사용하며 버티느냐, 해외망명이냐의 갈림길에 놓인 셈이다. 실제 알아사드 대통령은 파이잘 알미크다드 시리아 외무차관을 쿠바와 베네수엘라ㆍ에콰도르 등에 보내 망명의사를 담은 비밀서한을 정상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며 "쿠바 등 관련국들은 시리아 국민들에게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밝혀 망명 시도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