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집 안팔리는데 세금중과… 속타는 일시적 2주택자

재산세에 종부세까지 수백만원 더 부담해야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전용 85㎡(기준시가 6억400만원) 아파트를 구입한 강모씨는 요즘 내야 할 세금만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 강씨는 기존 강북권에 보유한 아파트(기준시가 3억3,600만원)를 1년 가까이 팔지 못해 본의 아니게 2주택이 된 상황이다. 집이 안 팔려 걱정이 태산인데 최근에는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일이 또 생겼다. 재산세 과세 기준일인 6월1일을 넘기고도 집이 팔리지 않는 바람에 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까지 물게 됐고 이로 인해 내야 할 세금이 무려 160만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이 팔렸다면 종부세를 내도 1만원대면 됐는데 팔리지 않아 종부세 납부금액이 100배(108만7,000원)로 껑충 뛰었다.

집이 팔리지 않아 대출금 이자까지 내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세금폭탄'까지 맞게 된 셈이다. 남들은 1가구2주택, 그것도 강남 아파트 소유자라고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지만 4ㆍ1부동산종합대책의 효과까지 사그라져 시장에 '거래절벽' 조짐까지 보이면서 강씨의 속은 타 들어가고 있다. 강씨는 "4ㆍ1부동산대책의 효과도 보지 못했다. 5~6군데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문의가 잠시 있는가 싶더니 뚝 끊겼다" 며 "하우스푸어가 따로 없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11일 과세당국에 따르면 재산세 과세 기준일인 6월1일을 넘기면서 1가구2주택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강씨 같은 일시적 2주택자들이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하면서 종부세와 기존 주택의 재산세 등 세금폭탄을 맞게 된 셈이다. 과거 강남 집부자들에게만 통용되며 '대한민국 2% 부자'의 상징으로 통용되던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강북에서 강북으로 이사를 하는 일시적 2주택자들까지로 늘어난 것이다.

과세당국의 한 관계자는 "6월1일을 기준으로 종부세와 재산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일시적 2주택자라도 기존의 주택을 팔지 못했을 경우 과세 대상"이라면서 "2개 주택의 공시지가를 합산해 6억원이 넘을 경우 세금은 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 2주택자라도 서울에서 85㎡ 아파트 2채를 보유한 경우 대부분 공시지가가 6억~7억원 안팎으로 늘기 때문에 세금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부동산 업계는 수도권만 해도 2만~3만가구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씨의 사례만 놓고 봐도 기존 아파트를 매도하는 데 실패하면서 부담해야 할 세금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강씨가 새로 구입한 아파트 공시지가는 6억400만원. 종부세 대상이다. 강씨가 만약 기존 아파트를 매도했다면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해 종부세는 1만3,000원가량만 내면 된다.


공시지가 6억400만원인 아파트의 과세표준은 4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존 아파트를 매도하지 못하면서 상황이 꼬였다는 점이다. 강씨가 기존 아파트 1채만 갖고 있었다면 종부세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2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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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서초동에 새로 산 아파트는 이미 종부세 대상이다. 여기에 기존 아파트까지 합산돼 종부세를 계산하다 보니 과세 규모가 더욱 커졌다. 계산은 이렇다.

일단 아파트 2채의 공시지가는 9억4,000만원으로 늘면서 과세표준도 2억7,360만원으로 급증한다. 과세표준이 무려 68배나 뛰는 것이다. 종부세(농특세 포함)는 108만7,000원으로 증가한다. 강 씨의 부담은 이 뿐 아니다. 6월1일이 지나도록 기존 아파트의 매도에 실패하면서 그는 강북아파트의 재산세도 부담해야 한다.

강 씨는 지난해 강북 아파트의 재산세를 65만원 가량 부담했는데, 올해도 다소 줄겠지만 고스란히 이를 납부해야 한다. 강 씨가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은 170만원에 육박한다.

강 씨와 같은 일시적 2주택자의 고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금여력이 충분하다면서 새로 주택을 매입할 때도 금융 빚을 지지 않았겠지만 대부분 가구의 살림은 그리 넉넉하지는 않다. 좀더 넓은 평형이나 주거여건이 좋은 주택으로 옮겨 타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강 씨의 경우도 강북권 아파트를 팔아서 잔금 등을 지불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꼬였다. 강 씨는 결국 새로 구입한 아파트의 잔금 일부는 금융 빚으로 해결했다. 강 씨는 "세금 폭탄에다 금융 이자에다, 기존 아파트의 매각이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피해가 한 둘이 아니다"고 혀를 내둘렀다.

결국 기존 아파트의 매도 지연으로 일시적 2주택자의 상당수는 종부세와 기존아파트의 재산세, 그리고 금융 부담까지 3중고를 떠안은 채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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