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속의 자동차] '원초적 본능'의 포르쉐(5)

흰색 실크 스카프, 얼음 송곳 그리고 차디찬 미모의 여인.영화「원초적 본능」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캐서린(샤론 스톤)과 형사 닉(마이클 더글라스)의 추리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본능안에 숨어 있는 가장 원초적인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스릴러물이다. 주인공 캐서린은 버클리대에서 영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미모의 추리 소설 작가. 부모님의 재산을 물려받아 호화주택에서 살고 있는 억만장자이기도 하다. 몇개월전에 그녀가 발표한 추리소설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한 록 가수의 살인용의자로 지목받아 형사의 심문을 받지만 당황하는 기색은 전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캐서린의 뇌쇄적인 포즈에 형사들은 심문 내내 진땀을 빼야 했다. 캐서린을 집까지 배웅해주며 닉은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영화가 전개될수록 발전돼 가는 두 사람의 관계. 캐서린은 새로 쓰고 있는 작품의 주제는 위험한 사랑을 다룬 형사의 비극적인 얘기라고 닉에게 경고를 보낸다. 그러나 닉은 위험속에 자신을 던지고 만다. 이 영화에서 캐서린의 매력을 더해주는 스포츠카 포르쉐(사진). 부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본능적인 욕망에 탐닉하는 주인공에게 자극적인 속도감을 주는 포르쉐만큼 잘 어울리는 차도 없다. 캐서린이 가진 포르쉐 두 대는 각각 검정과 흰색의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선악의 구도로 읽히는 흑과 백은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엽기성은 깊숙한 곳에 잠재해있어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포르쉐는 자동차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딱정벌레차 「비틀」의 제작자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와 그의 아들 페리에 의해 탄생됐다. 독일인에게 국민차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비틀과 포르쉐는 극단적으로 상반된 성격을 갖고 있어 같은 사람에 의해 제작되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포르쉐는 페르디난트 박사 내면의 또다른 욕망을 표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지적이고 아름다운 캐서린이 애인을 살해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닉이 정당방위라는 이름으로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알을 날렸던 것처럼. 최원정기자BAOBAB@SED.CO.KR 입력시간 2000/05/16 19:30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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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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