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물가하락으로 자국은 물론 다른 국가에게까지 디플레이션을 확산시킨다는 비난에 시달렸던 중국이 이젠 반대로 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중국이 그 동안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에 맞서 방어 논리로 내세운 `디플레이션 위험론` 역시 상당부분 무기력해질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중국의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올 상반기 6개월 연속 상승했고, 6월에는 지난해 동기 대비 0.6% 올랐다. 지난해 일년 중 11개월 물가가 하락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막대한 규모로 유입되고 있는 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등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일정 수위를 넘어설 경우 일자리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인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40%나 되는 부실채권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금융계 전반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최근 인플레이션 위험을 공식적으로 언급, 인플레이션 논쟁에 본격적인 불을 지폈다. 주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정부가 인플레이션 위험이 분명해지기 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주 총재는 특히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중국의 인플레이션 논쟁은 최근 위앤화 평가절상에 대한 대외적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은 그 동안 위앤화를 평가절상할 경우 수입물가가 하락, 디플레이션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처럼 중국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도마 위에 오름에 따라 그 동안 위앤화 평가절상 불가 논리로 내세웠던 디플레이션 위협론 역시 상당부분 희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페그제가 중국 경기 과열의 주범”이라고 밝혀 인플레이션 문제를 위앤화 평가절상 필요성의 논리로 내세운 바 있다. 대규모 무역흑자와 외국인직접투자(FDI) 급증으로 달러가 대량 유입되면서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실제 최근 몇 달간 위앤화 통화량과 은행대출은 약 20% 가량 늘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인플레이션 위협에 굴복, 당장 위앤화 평가절상 조치를 취할 것 같지는 않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전했다. 주 총재도 “위앤화의 안정은 모든 인민의 기본적인 이해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은 인플레이션 문제와 페그제를 연계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