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5일] 검찰을 '희생양'으로 만들면 안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기 때문이라는 검찰 책임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검찰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지난 달 30일 직접 소환한 데 이어, 이번 주중 신병처리 결정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대검찰청 홈페이지에는 이미 ‘무리한 수사가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등의 비판글이 수백 건 올라 있는 상태다. 그런데 ‘무리한 수사’라는 표현을 놓고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노 전 대통령은 직접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데도, 검찰은 부인과 가족이 받은 돈을 노 전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며 포괄적 뇌물로 사법처리 하려 했던 것이 애초부터 무리가 아니었냐 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실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640만 달러를 직접 알고 있었다는 박 전 회장의 진술 등 정황증거만 있지, 직접증거는 내놓지 않아 왔다. 수사도중 불쑥 흘러나온 고가시계 2개 수수와, 이 시계를 권 여사가 봉하마을 근처에 버렸다는 지극히 지엽적인 혐의사실도 검찰이 수사결과에 자신이 없자 욕보이기로 전환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더구나 노 전 대통령과 그 가족들의 혐의들이 사실상 언론에 생중계 하다시피 하면서 법으로 금지한 ‘피의사실 유포’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점은 검찰이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노 전 대통령도 직접 “망신주기 수사”라고 검찰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고, ‘좌희정’으로 불릴 만큼 최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검찰 조사는 사실 보도와 관련해 책임을 지지 않는 핑퐁게임이었을 뿐”이라며 “전직 대통령을 시정잡배로 만들어 버렸다”고 강한 비난을 보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검찰이 조사를 해서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일가친척이 비리가 있다고 언론에 공개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감내하지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꽤 설득력 있게도 들린다. 이른바 ‘천신일 수사’와 비교하면 “이중잣대에 의한 편파수사”라는 지적에서도 검찰이 자유롭지 못한 것도 부인키 어렵다. 수사를 받던 전직 대통령이 서거한 초유의 일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검찰수사가 노 전 대통령의 직접 사인으로 몰고 가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검사나 검찰 전체가 희생양으로 매도된다면, 앞으로 누가 권력형 부패수사에 나서겠는가. 검찰도 기존의 수사 방식에서 개선할 여지가 없는지 냉철하게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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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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