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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주인공은 화면 앞쪽에 어둡게 표현된 바느질하는 여인들이지만 눈은 저절로 창밖 풍경으로 쏠린다. 밀레의 작품 중 손꼽힐 정도로 인상주의 화풍이 잘 드러난 장면이다. 풍성한 녹색과 은은한 파스텔톤의 자연이 빛을 받아 춤추는 듯하다. 밀레는 농가 여인들의 '바느질 수업'을 숱하게 그렸는데 이게 그 중 마지막 작품이다.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1년 전인 1784년에 제작됐고 게다가 미완성으로 남았기 때문에 어떤 작품보다도 밀레의 회화적 기법을 확연히 보여준다. 열린 창가에 어머니와 어린 딸이 앉아 있고 어머니는 왼쪽 팔에 아기를 안은 채 오른쪽 팔을 뻗어 바느질을 가르치고 있다. 밀레는 주인공 격인 이들을 그림자 진 어두운 곳에 배치했고 멀리 보이는 바깥 풍경을 밝게 더 또렷이 보여주는 방식으로 '빛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실내 인물들은 피부색도 이목구비도 불분명한 반면 창문 너머 정원은 세심하게 묘사돼 있다. 미술사학자나 전기작가에 따르면 이 그림 속 정원은 바르비종에 있던 밀레의 집과 유사하다. 어쩌면 뒤로 보이는 삽질하는 남성이 밀레 자신일지도 모른다.
※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Millet, Barbizon & Fontainebleau)'전은 오는 5월 1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