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입주 예정인 김포 신도시 장기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분양할 때는 “김포 신도시의 시범단지”라고 떠들어놓고 이제 와서 “시범단지가 아니다”며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포 장기지구 입주자연합회 등 입주예정자들은 김포 신도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와 김포시에 “장기지구를 김포 신도시의 시범단지로 지정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재산권 보호를 위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해 3월 분양 당시 민간 분양업체들이 ‘장기지구는 김포 신도시의 시범단지’라는 점을 내세워 홍보했다고 강조한다. 사실과 다른 일종의 ‘과장ㆍ허위 광고’였는데도 시행자인 토공과 김포시가 이를 ‘묵인’해주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속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공과 김포시 측은 주택업체들이 과장한 것일 뿐 장기지구가 시범단지라고 인정해준 적도 없고 앞으로 인정해줄 계획도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 하나. 과연 시범단지냐 아니냐 여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시범단지는 사업시행자가 임의로 붙이는 명칭일 뿐 이렇다 할 혜택이 있는 법적 용어가 아니다. 아예 신도시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장기지구는 위치로나 개발계획으로나 김포 신도시의 ‘일부분’이 맞다. 입주예정자들은 시범단지인 줄로만 알고 개발부담금과 전매제한 등을 감수하며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속사정은 따로 있다. 바로 ‘신도시 시범단지의 프리미엄’이다. 신도시 시범단지의 원조는 분당이다. 분당 서현동의 시범단지는 입주 이래 줄곧 분당 전체의 시세를 선도해왔다. 최근 들어 정자동 주상복합촌의 부상, 판교에 접한 야탑동 일대의 약진 등으로 프리미엄이 흐릿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시범단지의 위세는 드높다. 2기 신도시의 선두주자인 화성 동탄 신도시에서도 시범단지는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싼 반면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돼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분당ㆍ동탄은 시행자인 토공이 설계 현상공모 등을 통해 처음부터 시범단지 개발을 명확히 했던 경우여서 장기지구와는 전혀 다르다. 토공의 한 관계자는 “김포 장기지구를 시범단지로 인정할 만한 ‘사실 행위’가 전혀 없었다”며 “김포 신도시는 판교 신도시처럼 시범단지 없이 개발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