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획부동산 사관학교'다운 사기행각

텔레마케터 고용, 개발정보 과장해 구매 부추겨

국내 최대의 기획부동산 업체인 삼흥그룹은 `기획부동산 사관학교'라는 별칭에 걸맞게 치밀한 수법으로 직원들을 관리하고 토지매입희망자들을 현혹했다. 개발 호재가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라면 이익 실현 가능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구입한 뒤 마치 이 땅이 금방이라도 개발돼 땅 값이 치솟을 것처럼 속여 토지 매입희망자들의 구매를 부추겼다. 이들은 텔레마케터 수백명을 고용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땅 투자'를 권유했다. 허위정보를 흘리거나 개발 정보를 부풀려 당장이라도 땅을 사게 만들도록 만드는 게 텔레마케터의 임무. 계열사인 삼흥센추리는 충북 제천 청풍면 충주호 주변의 계산관광단지내 펜션부지를 사업용으로 공동 건축해야 하는데도 개인용으로 개별 건축할 수 있다고 매입자들을 속여 2만6천평을 팔아 98억원을 챙겼다. 이들은 마찬가지 수법으로 전북 무주군 무주읍, 경기 이천시 대월면, 경기 용인시 모현면 등 임야에 대해서도 사기 행각을 벌여 서민들의 투자금 211억원을 챙겼다. 이들은 자사가 `믿을 수 있는' 회사인 것처럼 매입 희망자들에게 보이기 위해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호화 사무실을 차렸다. 텔레마케터를 통해 전화상담을 한 뒤사무실로 불러내 임의로 작성된 개발계획 도면을 보여주고 매입 희망자를 유인했다. 역삼동의 사무실에서 직원 설명만 듣고 전북 무주 땅 임야를 평당 37만원에 구입하기로 덜컥 계약했다가 3억여원을 날린 피해자 이모씨도 삼흥그룹 사무실의 고급인테리어와 호화로운 분위기에 속아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삼흥그룹은 계열사마다 120~150명의 텔레마케터를 고용하고 이들을 별도의 조직으로 관리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텔레마케터들에게 거액의 수당을 지급하며 계약을 성사시키도록 독려한 것도 삼흥그룹이 도입한 독특한 경영전략이다. 텔레마케터들이 토지 매수 희망자들을 끌어들여 계약을 체결하면 회사가 상정한땅값과의 차액 가운데 50%를 수당으로 지급했다. 회사가 평당 10만원에 팔기로 한 땅을 텔레마케터가 15만원에 팔았다면 차액 5만원의 2만5천원을 수당으로 주는 방식이다. 싼 값에 사들인 부지를 얼마에 팔지를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김씨의 몫이었다. 김씨는 텔레마케터들에게 적절한 어휘 구사 요령을 직접 알려주고 "고객과 통화할때는 미래 수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현장 답사 때에도 물건의 확신을 심어주라"고 당부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러나 삼흥그룹의 기획부동산에 투자한 모든 사람이 돈을 날린 것은 아니다. 삼흥그룹이 충남 지역에 사들였던 `기획부동산'은 신행정수도가 들어서면서 땅값이 폭등해 투자자들이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회장의 구속으로 기획부동산 사기가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흥그룹은 국내 기획부동산 업체의 `원조'격으로 전국 20여곳의 임야를 매입해기획부동산 사업을 벌였으나 이번 수사로 모두 영업을 중단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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