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예산편성분석보고서는 정부가 제출한 각종 복지예산안의 장기 소요액과 큰 차이를 보인다. 기초연금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이 내년 7월부터 기초연금으로 전환되는 데 따른 재정 추가 부담(2014~2017년)은 정부 추계가 12조7,000억원인 반면 국회 쪽 분석은 14조2,000억원에 이른다. 국회심의 과정에서 원안이 수정되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다. 예컨대 야당이 요구하는 대선공약 원안에 따라 일괄 20만원씩 지급할 경우 정부 추계치보다 4조1,000억원의 재원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일종인 생계급여사업 예산 역시 과소 책정됐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결론이다. 앞서 국정감사 때는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을 위해 4년간 9조원이 소요된다는 정부의 추산도 과소 추계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보고서에 대해 정부는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불편한 심기가 역력하다.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감안한다고 해도 숫자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뒤집어쓰는 게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아니나 다를까,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추계오류와 관련해 물가와 연금 인상률 같은 변수를 서로 다르게 적용한 데서 연유한다는 해명자료까지 냈다.
정확한 추계는 사실상 불가능하기는 하다. 각기 다른 기준으로 추정치를 산정하는 것도 다양성 측면에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 부담과 직결되고 정책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복지 지출은 속성상 일단 풀리기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복지재원 장기 추계의 신뢰성 확보가 중요한 것은 여기서 연유한다. 장기적인 재정 소요액조차 제 각각이라면 누가 선선히 세금을 내고 싶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