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효과’라는 말이 있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개최국인 영국 선수들의 우승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데서 나온 말로 영국 금융기관 소유주 중 외국인이 더 많아진 현상을 빗대어 쓰이는 용어다.
영국 테니스팬들에게 지긋지긋한 윔블던 효과가 올해도 계속됐다. 세계 랭킹 4위 앤디 머레이(25ㆍ영국)는 9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끝난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3위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에 1대3(6대4 5대7 3대6 4대6)으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영국은 1936년 프레드 페리 이후 76년째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경기장을 찾은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의 응원도 윔블던 효과를 종식시키지 못했다.
한편 ‘테니스 황제’ 페더러는 이 대회 통산 7승으로 윔블던 최다승 타이 기록(피트 샘프러스ㆍ미국)을 세웠고 메이저 대회 통산 17승으로 2년여 만에 세계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우승 상금 115만파운드(약 20억원)를 거머쥔 페더러는 “우승자로 이곳에 다시 서다니 마법 같은 순간”이라며 “아내도 있고 딸들도 있지만 테니스를 그만두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2010년 호주오픈 우승 뒤 주춤했던 페더러는 약 2년6개월 만에 최고 권위의 윔블던에서 메이저 타이틀을 추가하며 황제의 위용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