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조심성은 독인가

제9보(93~100)


흑93부터 다시 본다. 이 수로는 94의 자리에 이단젖힘을 하여 박력있게 싸우고 싶은 것이 프로의 제일감이며 녹성학원 출신 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한 흑의 갈길이었다. 그러나 장쉬는 그 싸움이 흑에게 불리하다고 보고 실전보의 흑93으로 참았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선 것이 결과적으로 패착이 되고 만다. 기성 야마시타 게이고가 이 싸움에 대하여 정밀한 해설을 해주었다. 그가 제시한 것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19였다. 실제로 그렇게 진행된다면 하변 백대마가 전멸하므로 흑(장쉬)의 불계승이 된다. 포인트는 흑3으로 우지끈 끊는 수단이다. 장쉬는 이 수를 읽지 못했다. 그냥 5의 자리에 이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 수읽기 착오가 이 바둑의 승부를 갈랐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흑15로 가만히 꼬부리는 이 수순이다. 백이 16에 꼬부리면 하변의 백대마가 다 죽으므로 백은 후수로 하변을 살려야 하며 흑이 A로 끊는 바둑이 된다. 이 코스였으면 흑승이었다. 실전보의 흑99는 좀 억울하지만 이렇게 둘 수밖에 없다. 참고도2의 흑1로 반발하면 중앙쪽 백 2점은 잡을 수 있지만 백4로 끊겨 더 큰 사고가 생긴다. 흑5 이하로 버티어도 백16이면 흑 5점이 먼저 잡힌다. 이 바둑을 지켜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입에 올린 것이 장쉬의 공연한 조심성이었다. 스승 린하이펑의 미덕이었던 조심성이 제자 장쉬에게는 독이 되고 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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