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여야 간, 당내 세력 간 갈등 양상을 보이며 또다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상임위원장 배분, 당 대표 선출, 대선후보 경선 룰 변경 등 주요 사안마다 극심한 갈등을 빚지 않는 것이 없다. 국회는 그동안 여야 간에 쟁점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도 유독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리면 쉽게 합의해왔다. 대의 민주정치하에서 발생한 '주인ㆍ대리인 문제'다.
지난 8~9일에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한 6대 쇄신책을 추진하기로 결의한 것은 만시지탄이긴 하나 특권 증가 추세를 전환시키는 변곡점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하지만 개선 필요사항은 더 많이 남았다. 각종 공직선거 후보 경선에서 국회의원을 제외한 공직자는 일정 기간 이전에 사퇴를 해야 하나 국회의원은 예외다. 선거구 획정은 총선 목전에 여야 간의 담합으로 처리해왔다. 가족 수당도 슬그머니 신설했다. 정치 엘리트인 국회의원들의 자기 절제가 선행돼야 경제 엘리트인 재벌의 탐욕을 비난하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은 이 같은 기득권 내려놓기의 흐름을 계속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국회의원에 대한 통상적인 비판 중 다른 각도에서 고려가 필요한 사안도 있다. 18대 국회 막바지에 소위 '청목회법'의 개정이 몇 차례 추진되다가 여론의 견제를 받고 번번히 무산된 바 있다. 즉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은 정치후원금으로 받을 수 없다는 현 조항을 '법인 또는 단체의 자금'으로 개정함으로써 법인 또는 단체의 쪼개기 후원을 합법화하자는 내용이었다. 청원경찰 등 사회적 입지가 취약한 단체와 관련된 자금까지도 단속의 대상이 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한 자구수단으로 나온 시도다.
사람은 자신에게 돈을 주는 사람의 이해관계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이 '법인 또는 단체'의 의중을 더 살피도록 할 것인가. 국민의 뜻을 충실히 따르도록 할 것인가.
정치후원금의 한도액은 선거 없는 해에 1억5,000만원, 선거 있는 해에 3억원이다. 가령 선거 없는 해에 5,000만원, 선거 있는 해에 1억원 정도는 더욱 소액화된 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해 우수한 의정활동을 펴는 의원들에 대한 인정과 격려, 후원이 여전히 가능하도록 하되 선거 없는 해에 1억원, 선거 있는 해에 2억원 정도는 국고로 의정활동비를 지급하는 것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을 조직동원력이 강한 '법인 또는 단체'보다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진정한 대리인으로서 일하도록 하는 유효하고도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