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믿을 사람은 관료뿐(?) 참여정부 초 권력에서 소외됐던 관료, 특히 경제관료들이 임기 말 욱일승천의 기세로 힘을 탈환하며 각종 인사를 휩쓸고 있다. 동시에 낙하산인사ㆍ관료공화국 등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7일 이임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후임으로 확실시되고 있는 한덕수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통 경제관료다. 당초 연세대 총장 출신의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 후임 총리로 유력했으나 임기 말 안정적 국정운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공적 이행 등을 이유로 한 전 부총리가 급부상했다. 이날 연임이 확정된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소위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임에도 불구, 강력한 경쟁자였던 장병구 수협은행 대표를 누르고 참여정부 첫 국책은행장 연임 기록을 세웠다. 지난 2월 퇴임한 행시 17회 차관 3인방 중 한 명인 이원걸 전 산업자원부 차관도 이날 한국전력 신임 사장에 내정됐다. 이 전 차관과 국세청 차장을 지낸 곽진업 한전 감사 사이의 2파전에서 막판 다크호스로 김상갑 전 두산중공업 사장이 떠올랐지만 이 전 차관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앞서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도 삼성 출신의 현 황영기 회장을 가볍게 물리치고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확정됐으며 김종갑 전 산자부 차관 역시 삼성전자 사장 출신의 진대제 전 장관과 하이닉스반도체 내부 임원들을 제치고 채권은행단 만장일치로 차기 하이닉스 사장에 선정됐다. 또 유재한 전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은 최창호 현 주택금융공사 부사장을 따돌리고 차기 주택금융공사 사장에 내정됐다. 관가에서는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국정을 마무리짓기 위해 검증된 능력과 참여정부 코드에 정통한 관료들이 득세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전직 고위공무원은 “과거 YSㆍDJ 정권에서도 관료, 특히 경제관료들이 임기 초반 푸대접을 받다 막판에는 전성기를 누렸다”면서 “전관들이 외부인사를 싹쓸이하는 것은 최근 청와대나 정부 부처 내에서 관료들이 막강 파워를 회복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 경영 경험이 없는 관료들이 불과 한두달 사이에 CEO로 옷을 갈아입자 낙하산인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을 중심으로 노조가 “신(新)관치금융 시대가 오는 것이냐”며 강력 반발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