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축산식품 우선 순위는 맛일까 안전일까


연일 폭우가 쏟아지고 있지만 비가 그치면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이 시작되면 사람도 축축 늘어지지만 말 못하는 가축들도 고생은 매한가지다. 무더위로 인해 식욕이 떨어지고 축사 위생 관리가 어려워 번식 장애 및 질병 발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구제역 사태로 축산농가ㆍ국민ㆍ정부는 하나같이 힘든 시기를 겪었다. 이제는 가축질병이라는 말만 나돌아도 온 나라가 들썩할 정도다. 그러나 구제역 사태로 치른 비싼 수업료는 우리 축산업에 큰 전환점이 됐다. 축산 정책의 변화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축산물의 가격이나 맛보다 '안전'과 '위생'을 따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농장주의 위생ㆍ방역 관련 의식개선이다. 국내 축산 관련 인증제 중 유일하게 차단방역 심사항목을 다루는 인증제가 '축산물 해썹(HACCP)'이다. HACCP은 '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를 발음한 것이다. 농장ㆍ가공ㆍ운반ㆍ판매 등 축산물 생산 및 유통 전 단계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인을 분석해 중요 관리점을 집중 모니터링하는 사전 위해요소 차단 시스템이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식품 공급을 위해 지난 1998년에 도입한 해썹은 공공기관이 인증을 담당하며 해당 제품에는 인증마크를 붙인다. 현재까지 약 4,000여개소에서 해썹을 도입했고 그 중 과반수가 넘는 2,500여개소가 농장이다. 농장이 해썹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최근 한국축산경영학회 하계 심포지엄 발표 논문에 따르면 농가의 50.5%가 구제역 발생 억제에 있어 해썹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답했다. 많은 농가들이 구제역을 겪으면서 해썹이 질병 차단에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해썹 미인증 농가의 86.7%는 구제역 이후 해썹 인증을 받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없는 안전한 축산식품의 첫 단추는 농장이다. 제도개선보다 앞서는 것은 관계자의 의식 변화다. 축산농가의 이 같은 변화가 결국은 소비자에게 안전한 축산물을 제공해 '사랑받고 신뢰받는' 축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앞으로 '축산물 해썹' 인증제가 축산업계 신뢰회복과 소비촉진 등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소비자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시스템 위에 이를 식별하고 선택하는 소비자의 안목이 더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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