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메트 만평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공격으로 우리나라의 삼미대우에 5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파키스탄에서는 16일에도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계속됐다.
파키스탄 정부는 그러나 최근의 시위에서 반미 구호가 나오면서 폭력성을 띠고있는데 대해 '보이지 않는 손'이 배후에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남부 항구도시인 카라치에서는 이날 수만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안데르스 포그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 국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화형식을 가졌다. 이들은 또 "신은 위대하다", "예언자를 모독한 자들에게 신의 저주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5천여명의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KFC와 맥도날드 등 외국계 패스트푸드점을 보호하기 위해 병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했으나 다행히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카라치에 있는 미국계 은행인 시티뱅크와 독일 지멘스 대리점 등은 검은 천으로 회사 로고를 가리기도 했다는게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카라치 시위에는 5만여 명이 참석했고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각급 교육시설과 상점 등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대중 교통수단도 운영되지 못했다.
카라치 이외에 동부의 물탄에서도 모든 상점들이 폐쇄된 가운데 1천여명의 상인들이 평화시위를 벌이는 등 전국 곳곳에서 항의 시위는 계속됐다.
마호메트 풍자 만평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시작됐던 파키스탄의 시위가 최근 반미 기조로 흐르고 있는데 대해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지도자들은 "불온세력이 시위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샤우카트 아지즈 총리는 국영TV에 출연해 "정부는 법과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군중심리를 자극하는 국가전복 세력에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쉐이크 라시드 공보장관은 "일부 지역의 시위대는 '보이지 않는 손'의 지령에의해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지 일간 돈은 전날 페샤와르에서 발생한 버스터미널 방화 등의 폭력사태와 관련해 365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정부의 강력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니파 무슬림(이슬람교도)그룹인 `자마트 아흘-에-수나트'의 "예언자의 명예를 지키려는 이 운동은 신성을 모독한 자들의 펜이 부러지고 말문이 닫힐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의 지도자인 샤 투라불 하크는 "정부는 만평을 게재한 신문이 발행되는 모든 국가의 대사들을 즉각 추방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5일 북서부 도시인 페샤와르에 7만여명의 시위대가 행진을 벌이면서 일부 참가자들이 삼미대우의 버스터미널에 불을 질렀고 14일에는 라호르에서 서방기업의 약탈하고 주의회를 공격했다.
이슬람정당 연합체로 대부분의 시위를 주도한 통일행동포럼(UAF)의 아미르 울-아짐 대변인은 "다른 국가에서 시위대가 대사관 건물을 공격한 것을 방송에서 본 파키스탄 국민들이 같은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로서는 이달 말에 계획중인 다른 시위에서는 폭력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겠지만 매일 최소한 한군데서는 폭력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미 자신들도 시위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음을 인정했다.
파키스탄에서는 만평 파문이 불거진 이후 거의 매일 항의 시위가 계속됐지만 지난 주말부터 폭력성을 띠면서 반미 구호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5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이같은 추세가 다음달 초로 예정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문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