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잘 먹고 살게 해달라"
갈등·분열접고 국민화합 계기 삼아야 "개혁 밀어붙이면 국론 또 분열" 우려도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내려진 14일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이를 중계하는 TV로 쏠렸다. 서울역 대합실의 시민들이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판결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왕태석기자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하자 시민들은 ‘당연한 결과’ ‘잘 됐다’며 환영했다.
시민들은 소추안 기각이 정치ㆍ사회 모두 분야에서 갈등과 반목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특히 업무에 복귀한 노 대통령과 정치권에는 경제와 민생을 위한 상생의 정치를 펼쳐 줄 것을 당부했다. 소모적인 정쟁은 그만두고 추락하는 경제를 일으켜 세워 국민들이 잘 먹고 살도록 하는 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달라는 것.
일부 시민들은 그러나 정부가 개혁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국론을 분열시킬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국민 화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 시민들은 우선 탄핵정국으로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는 데 정부와 국민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기술연구원에 근무하는 서수원(34)씨는 “국회의 탄핵이 잘못됐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이번 사안을 거울 삼아 국민들의 뜻이 무엇인가를 정치권은 잘 살펴야 한다”며 “국론을 통합하는 좋은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 남대문 상가에서 의류가게를 꾸려가는 장성진(45)씨는 “정부나 국회는 물론 사회 전반이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때”라며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은 서로 싸우지 말고 상처입은 국민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경제와 민생에 올인(All in)해야 = 시민들의 바람은 특히 경제와 민생에 모아졌다. 정치권은 대통령의 업무 복귀와 함께 난장판 싸움을 그만두고 국민에 봉사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경제와 민생 챙기기에 매진할 것을 강조했다.
대구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주명(56)씨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고사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다. 소시민ㆍ중소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안정되는 것 아니냐”며 새 출발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는데 신경 써 주기를 바랬다.
경기침체로 심각한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직장인들도 경제 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은행원 김진수(41)씨는 “탄핵정국은 여러모로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탄핵정국도 마무리된 만큼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 모두 제자리로 돌아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을 벗어나도록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김봉수(38)씨는 “앞으로는 ‘사오정’이니 ‘삼팔선’이니 하는 말이 사라지고 집값과 물가가 잡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정치권, 정부가 모두 경제와 민생에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념, 정책 논쟁에 낭비할 시간 없다 = 시민들은 탄핵정국 마무리를 환영하면서도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보수ㆍ개혁, 성장ㆍ분배 논쟁이 가열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소추안 기각으로 힘을 얻은 정부 여당이 개혁에 가속도를 낼 경우 또다시 소모적인 정쟁과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 까 걱정했다.
대학생 이현석(24)씨는 “지금은 보수니 개혁이니, 성장이 우선이다 분배가 먼저다 라는 논쟁에 시간을 허비할 겨를이 없다. 추락하는 경제를 되살리고 심각한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합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ㆍ사회단체들은 보수ㆍ진보에 상관없이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제는 여야 정치권이 산적한 민생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 위주의 새 정치, 상생의 정치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김동흔 공선협 사무처장은 “국가 경제가 어렵고 이라크 파병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탄핵이나 이념 논쟁을 그만두고 정치권은 이번 사례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민생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
입력시간 : 2004-05-14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