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을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헐값 매각한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55)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지난 2005년 10월 검찰 수사로 시작된 이 사건은 5년여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대법원은 1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변 전 국장과 이강원(59) 전 외환은행장, 이달용(61) 전 부행장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경제적 상황과 여건, 외환은행 매각의 필요성, 매각 가격의 적정성에 비춰 변 전 국장 등에게 임무 위배행위가 있었다거나 피해자들에게 손해나 위험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변 전 국장 개인의 무죄를 입증 받는 계기를 넘어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으로 불리는 관료들의 업무회피 현상, 더불어 한참 진행 중인 외환은행 매각작업 등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관료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중요하고 난해한 정책들에 대해서는 총대를 메려고 하지 않는 현상이 팽배했다. 괜스레 일을 맡았다가 변 전 국장처럼 추후 덤터기를 쓸 필요가 있느냐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않겠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었던 것이다. 이번 판결은 부분적으로는 이런 신드롬을 가시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결정에 따른 부작용이 생겼을 때 이를 면책 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료의 정책적 판단이 단두대에 오른 선례는 관료들의 머릿속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아 신드롬의 잔재까지 없어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이 외환은행 매각 작업에도 속도를 붙일 수 있겠지만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대주주 자격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른바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따져볼 부분이 여전히 많다. 은행법상 비금융회사의 자본은 총자본의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이면 산업자본에 해당돼 은행 지분을 9%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론스타의 경우 전세계 투자현황을 볼 때 산업자본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그동안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돼왔다. 당국도 지난 2007년부터 론스타가 산업자본에 해당하는지 심사를 벌였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정 나면 외환은행 보유 지분 51.02% 가운데 9%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금융위는 이 초과 지분에 대해 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