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이 미약하나마 4ㆍ4분기의 경영여건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한 것은 일단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이는 최근 일부 연구기관에서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내수경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관적인 견해가 많아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나 환율ㆍ유가ㆍ원자재 등 대외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은 향후 경기 전망을 낙관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기업들은 이처럼 대외악재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재검토 등 일관성 없는 정부 경제정책이 혼재하면서 내수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본지가 국내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4ㆍ4분기 경기전망’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 88개 중 84.2%는 내수경기 회복시점을 내년 이후로 보고 있어 올해 말까지 내수침체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북핵 문제 타결이라는 호재에 힘입어 우리 기업들의 4ㆍ4분기 돌파구 역시 수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응답기업들 다수의 의견으로 요약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와 관련, “6자 회담 타결은 단기적으로는 북핵 문제에 대한 우려를 줄여주는 상징”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신용도를 높이고 수출을 증대시키며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는 선순환 기능을 작동시킬 것”이라고 해석했다. ◇수출로 버티기는 여전=이번 설문조사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본지가 지난해 말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올해 경영전망 설문조사’(본지 1월1일자 게재)에서 대외악재로 가장 많이 꼽힌 ‘환율ㆍ유가ㆍ원자재가격 불안’이 ‘올 4ㆍ4분기 경영전망치’에서도 여전히 이 부문 1~3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환율과 원자재(유류)가격 불안은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업체들의 비용확대로 이어지면서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출이 우리 경제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올 4ㆍ4분기 수출전망에 대해 조사대상 기업의 34.4%는‘(전 분기 대비) 10% 미만 증가’를, 30.4%는‘10~20% 증가’를 각각 응답해 전체의 64.8%가 수출호조를 예상했다. 이 같은 수출호조는 내수침체기에도 불구하고 각 기업마다 연초 계획한 경영계획을 차질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당초 계획한 올해 매출목표 수정의사가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72.2%에 달했다. ◇북핵 문제 해결은 경영의 호재=이번 설문에서 최근 6자 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타결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66.3%가 ‘다소 긍정적’, 21.7%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응답하는 등 88.0%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 대부분이 북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남ㆍ북한, 북한과 미국 등이 대립에서 평화관계를 정립시킬 경우 우리나라의 대외 신용등급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 외국인투자가의 투자확대와 수출시장 다변화로 이어져 수출비중이 높은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북한 개성공단 등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할 경우 내수침체로 허덕이고 있는 국내 섬유업체와 부품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설문에서 10개 기업 중 8개에 달하는 기업이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에 큰 희망을 걸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활성화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 필요’=정부가 경기 활성화대책으로 먼저 실시해야 할 정책으로는 정책의 불확실성 제거가 가장 많이 꼽혔다.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질문에 조사대상 기업의 32.0%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해소’를 꼽았다. 이는 청와대가 ‘금산법’과 관련, 관련부처를 상대로 내사를 벌이고 있는 등 결정된 정책을 근간에서 흔드는 불투명성이 더해지면서 기업들이 정책 일관성 유지 등 불확실성 제거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규제완화는 28.3%로 여전히 시정돼야 하는 걸림돌로 지적됐다. 이는 정부 규제가 기업들의 투자를 막고 경기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기업들이 생각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여전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여전히 정부와 기업 양측이 모두 ‘누가 먼저 움직일 것인가’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는 양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