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8일] '봉숭아 학당' 한나라당 지도부

한나라당 지도부는 요즘 툭 건들면 터지는 봉선화 씨앗 같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도부가 질질 끌려 다닌다"고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하자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청와대 경제참모와 검찰에 '과잉충성 한다'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몇 백만 국민을 좌우할 국가 대사를 논한다는 집권 여당의 최고 수뇌부라는 사람들이 어쩌면 이리도 미성숙한가"라고 한탄했다. 감세 일부 철회를 밝힌 안 대표에 대해 보수 정당의 핵심 공약인데 당내 의원들의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고 먼저 나서서 불쑥 발언하면 되느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감세 철회, 외국어고 폐지 등을 주장한 정 최고위원에게는 공개 회의에서 자신의 주장을 담은 자료만 읽을 뿐 반대하는 인사들을 만나지도 않는다는 뒷얘기가 무성하다. 홍 최고위원은 인신공격이 도를 넘는다는 힐난을 받는다. 이들은 세 사람이 주장하는 내용은 그렇다 쳐도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겉으로 중도개혁ㆍ서민ㆍ공정을 외치는 세 사람이 실은 '자기 세일즈'를 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세 사람이 외치는 개혁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은 의심에 무게를 싣는다. 이들이 내세운 정책 중 소득 하위 70% 무상보육의 경우 실제 지원되는 금액이 1인당 17만여원 정도여서 '무상'이라고 부르기에는 턱없이 적다. 택시의 버스 전용차로 진입이나 각종 복지 강화는 다른 업종의 반발이나 예산 부족 때문에 정부는 물론 당내에서조차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외고 폐지 주장도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공개 석상에서 한두 번 주장한 뒤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안 들어준다고 질타하고 이를 맞받는 게 요즘 한나라당 지도부의 모습이다. 조용한 독재보다는 시끄러운 민주주의가 맞지만 지금 이 나라 집권 여당은 시끄럽기만 할 뿐 민주주의는 없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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