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세 가격에 가계의 여유자금이 묶이면서 주식시장의 활력이 사라지고 있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의 실질가치가 오르면 이 영향으로 소비지출이 늘고 경제가 활성화하는 부의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주택 가격은 오르지 않고 전세 가격만 뛰면서 투자자들은 증시에 여유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오히려 주가가 조금만 오르면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증시에서 자금을 빼는 반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부동산정책 완화로 집값이 반등해 전세 가격이 잡히면 국내 증시도 함께 오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1,988.74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2,011.34포인트로 마감한 후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1.12% 하락했다. 올해 초 주식시장에 돈을 넣었다면 마이너스 1.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011년 9월 이후 3년간 1,850~2,050포인트 사이의 장기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오르지 못하는 것은 2,000포인트를 넘어서면 어김없이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환매물량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개인들은 지수가 박스권 상단에 근접하면 기관에 펀드 환매를 요구한다.
펀드 환매 욕구가 커지는 것은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줄어든데다 전셋값 상승으로 가계 여유자금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2011년 6.9%를 기록한 뒤 2012년에는 유럽발 경제위기로 부동산 경기와 내수 경기가 침체하며 보합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0.3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도 1~4월 평균 0.2% 상승한 집값은 5월과 6월 0% 상승률 보이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집값이 오르지 않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월세 위주로 주택임대시장이 변하면서 줄어든 전세물량에 전세가는 끝없이 뛰고 있다. 2011년 12.3% 상승했던 전셋값은 2012년 3.5%, 2013년 4.7% 올랐고 올해도 6월까지 평균 3.16% 오르며 집값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가계 여유자금만 생기면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데 쓰고 있다. 주식을 보유해도 코스피지수가 2,000선만 넘으면 조금이라도 차익을 실현하려는 욕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부동산시장은 펀드 환매에도 영향을 준다"며 "2006년 이후 전국 부동산 가격 월간 상승하면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유입액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정체하면서 뛰는 전셋값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파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정책으로 주택매매가 늘어 집값이 상승하고 전세가가 안정돼야 국내 주식시장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하려면 저금리, 전세가 안정, 외국인자금 유입 등 세 가지가 필요한데 이미 저금리 상황이고 외국인자금은 글로벌 경제에 달렸다"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돼 주택시장이 안정돼야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