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감독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9개 대형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 샤피로 SEC 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리먼브라더스 은행의 파산 원인과 전개과정을 조사하는 하원 금융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해 “리먼브라더스의 몰락을 가져왔던 것과 같은 수법의 회계분식이 여타 대형 금융회사들 사이에서도 행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19개 대형 금융회사에 서한을 보내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SEC가 혐의를 두고 있는 것은 ‘Repo 105’라고 알려진 분식회계 기법으로,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할 당시 500억 달러의 부채를 축소ㆍ은폐하는데 동원된 바 있다.
‘Repo 105’란 일종의 환매조건부 채권 매매로 현금 100달러를 빌리면서 105달러 상당의 채권을 담보로 제공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액면가 105달러짜리 채권을 담보로 100달러의 돈을 빌릴 경우 회계장부에는 부채로 계상해야 하지만 리먼브라더스는 이를 자산매각으로 처리해 부채를 숨기고 100달러의 현금만을 계상하는 식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해 부채규모를 축소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리처드 풀드 전 리먼브라더스 최고경영자(CEO)는 “‘Repo 105’ 회계분식과 관련된 서류에 관해서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며 “당시 거래를 검토해 보더라도 리먼브라더스는 회계기준을 충실히 따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