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을 해소하기 위한 무대의 막이 올랐다.
22일 경주에서 개막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그룹과 중국을 앞세운 신흥국 간의 치열한 환율전쟁이 벌어졌다.
이날 개막을 앞두고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회원국들에 보낸 서한이 공개되며 환율갈등은 그대로 표출됐다. 가이트너 장관은 "향후 수년간 대외 불균형, 즉 경상수지 적자 및 흑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수준까지 축소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며 "다만 일부 자원부국의 경우에는 예외를 두자"고 제안했다.
미국의 이 같은 제안은 경상수지 목표를 정해 위안화 절상을 포함한 신흥국의 환율을 조절하겠다는 내용이다. 가이트너 장관의 제안에 각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철저하게 분리된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와 캐나다 등은 미국의 제안에 지지의사를 표명한 반면 일본과 일부 신흥국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특정 수치를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실현방법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장국으로 환율갈등의 중재역할을 맡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캐나다ㆍ프랑스ㆍ미국 등과 연이어 양자면담을 통해 환율갈등의 물밑 해법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환율전쟁의 당사국인 중국과의 면담은 불발로 끝나 중국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표출되며 이번 회의에서 합의안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경주에서의 환율 합의가 환율에 대한 언급은 있겠지만 가이트너 장관이 제시한 4%룰 등 수치가 명시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직접적으로 반대를 한 일본은 물론 환율갈등의 당사국인 중국의 입장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제시한 경상수지 4%룰이 각국의 경제전망과 부합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라면 이번 회의에서 '시장지향적 환율정책'보다는 다소 진보된 '경상수지 변동폭 축소' 등과 같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경주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개막식에 참석해 "세계경제의 불균형 해소와 강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경상수지 와 환율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개혁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새로운 수요창출을 위한 개발이슈 등에 대한 합의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마지막에서 "합의를 하지 않으면 버스도 기차도 출발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해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의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