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파업으로 그 동안 기능이 마비됐던 부산ㆍ광양항이 정부와 노조가 파업을 풀기로 합의함에 따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정부와 전국운송하역노조는 12일 6개항에 달하는 노ㆍ정 합의안을 도출, 10여일 넘게 지속돼 온 화물파업 사태는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전국을 휩쓴 사상초유의 `물류 대란`, 특히 수출화물이 선적되지 못하는 `수출대란` 사태는 큰 고비를 넘겼다.
노ㆍ정은 협상을 통해 노조측의 대(對)정부 요구안 가운데 3개항을 제외하고서는 거의 의견접근을 보았다. 현재 양측이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부분은 경유세 인하ㆍ근로소득세제 개선ㆍ노조 인정 등 3가지다. 이들 현안중 경유세 인하는 화물차에 대해서만 인하할 경우 업종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근로소득세제 개선도 저소득 근로자의 경우 초과근무 수입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지만 운송노조 지입차주는 특수고용 형태여서 문제가 복잡하다. 이들에게 혜택을 준다면 학습지 교사나 골프장 보조원ㆍ보험모집원 등 특수 고용직으로 분류된 다른 업종도 혜택을 받아야 당연하다. 이밖에 산별교섭 제도화는 화물 연대만을 따로 떼서 논의하기에 어려운 측면도 있다.
어떻든 노ㆍ정간 협상이 타결쪽으로 가닥을 잡아감에 따라 물류대란은 수그러 드는 기미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여러 가지 점에서 많은 교훈을 남겼다. 우선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정(露呈)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전국이 물류대란으로 아우성이 일고 수출산업이 벼랑 끝까지 몰려 있었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다. 각 부처마다 손발이 맞지 않은 것은 물론, 이를 총괄하는 위기관리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뒤늦게야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대책회의를 신설키로 하는 등 허둥대고 있으나 비상 시스템이 어떻게 구축될런지 의문이다. 파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ㆍ형사상 책임문제를 묻지 않기로 한 것도 문제다. 정부의 노조에 대한 유화정책은 `참여 정부` 출범 이래 두드러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메랑`이 돼 돌아 올 수 있다. 자칫 노조가 공권력을 우습게 여기는 상황이 오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10여일간의 파업으로 산업계가 입은 피해도 심각하다. 금전적인 손실도 손실이지만 수출선적 기일을 놓치게 됨으로써 해외로부터 잃을 신용은 계산하기가 어렵다. 이러다가는 새 정부의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인 `한국을 동북아의 중추`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싶다.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법 집행을 엄정하게 해야 한다. 위기관리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중추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물류의 중심지가 돼야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