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16일] 빨리가 아니라 제대로 해야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지 뒤돌아보면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 불과 출범 2개월 20일된 새 정부가 그동안 겪어왔던 ‘난맥’을 인정하면서 이의 해결방안으로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탄생 배경이 경제 살리기와 사회통합에 대한 국민 염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접근은 기본적으로 맞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운영 현장에서 나타난 ‘소통’의 문제는 보다 복잡하고 구조적이다. 단순히 최고권력자가 소통을 강조한다고 다음날부터 모든 것들이 원활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어느 정부도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지 않은 적이 없었음에도 상당수 이 문제에 실패하면서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소통은 상대가 있는 것이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정책의 문제를 뛰어넘어 정치문제로 비화된 쇠고기 파동만 하더라도 그렇다. 새 정부는 이번 파동을 겪으면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촛불집회와 인터넷 광우병 괴담을 확산시킨 주역들이 10대였다는 점이다. 집권세력의 일부에서는 10대들의 성숙하지 못한 치기 어린 행동으로 평가 절하했지만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원천적으로는 정치에 관심 없는 10대들이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에 이처럼 과민하게 반응할 정도로 방치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결국 한미 쇠고기 협상을 지나치게 서두르면서 이 과정에서 대국민 설명과 소통의 과정을 생략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식으로 문제를 확대시킨 것이다. 이 대통령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앞으로 중요한 정책사안에 대해 여론수렴을 강조했지만 아직도 상당수는 이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 같다. 결국 취임 100일과 취임 6개월 등 반기 단위의 일정표까지 제시하며 ‘속도전’식의 개혁 드라이브를 걸려 했던 이명박 정부는 국정운영의 가장 기초인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국정운영은 기업경영과 달리 속도전이 될 수도 없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빨리 빨리’가 최선은 아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한 가지씩 매듭짓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대통령과 주변의 참모들은 명심해야 한다. 5년의 임기 중 불과 30분의1 밖에 지나지 않은 이명박 정부는 새롭게 시작할 시간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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