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임인 줄 누가 몰라서 이러고 있나요?”
증시가 모처럼 이틀 연속 상승세를 그린 24일. 여의도 한 은행창구에서 만난 투자자는 좀처럼 한숨을 거두지 않았다. 50% 수익은 금방이라는 주변의 설득을 좇아 무작정 중국 펀드에 가입했지만 그에게 남은 건 확인하기 조차 두려운 원금 손실뿐이다. 답답한 마음에 은행 직원에게 하소연하다 화도 내보지만 달라질 게 없다는 걸 그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끝없이 떨어질 줄로만 알았던 코스피지수가 모처럼 반짝 오르자 개인 투자자들의 혼란은 오히려 커져 간다. 외국인 투매의 공포 속에 주식을 집어던졌던 개미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겨우 버텨낸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손실이 메워진 지금 팔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쪼개 한푼 두푼 적립식 펀드에 투자해 온 사람들도 좀처럼 시세판에서 눈을 떼기 힘들다. 지금이라도 적금으로 돌아가야 할지 주식을 더 사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
결론은 사실 간단하다. 투자에 필요한 건 유행이 아닌 ‘무거운 엉덩이’, 인내라는 사실이다. 주식이 언제 다시 오를지 어느 나라 증시가 다시 불이 붙을지는 사실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유행’을 좇는 묻지마 투자는 분명 ‘실패’라는 망령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2년 전 펀드시장을 강타했던 베트남 펀드, 지난해 광풍이 불었던 일본 펀드와 리츠 펀드, 지난해 연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중국 펀드 모두 열풍이 지난 후에는 ‘쓸쓸함’만이 남았다.
1~2년 안에 쓸 곳이 확실한 자산은 원금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주식에는 최소 3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는 사람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기대치를 낮춘 가치투자자라면 지금의 증시 상황도 그리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방망이를 길게잡고 눈높이를 충분히 낮춘다면 지금의 투자환경이 그리 위험한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