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카메라 업체 캐논이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글로벌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핵심사업인 디지털카메라의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M&A를 통한 사업영역 확장으로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캐논이 세계 최대 네트워크 보안카메라 업체인 스웨덴의 엑시스를 3,300억엔(약 3조250억원)에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1937년 캐논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의 최대 인수거래는 2010년 네덜란드의 상업인쇄기 제조업체 오세를 1,000억엔에 인수한 것이다.
엑시스는 도로와 공장 모니터링에 사용되는 네트워크 카메라 전문업체로 전 세계 179개국에 진출해 시장 점유율 1위(21%)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770억엔에 달했다.
캐논이 네트워크 보안카메라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성장잠재력이 크고 기존 사업부와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이 분야의 시장규모가 주변기기를 합쳐 총 1조6,000억엔(약 14조6,000억원)이며 2018년에는 약 두 배인 3조엔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논은 자사의 정교한 카메라렌즈 기술과 엑시스의 자동감지 기술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보안카메라를 생산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특히 캐논은 지금까지 엑시스가 아웃소싱해온 카메라 제작을 자사 공장 제조라인에서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기 때문에 캐논은 고가매입 논란에도 보유현금(8,400억엔)의 약 40%를 쏟아 붓는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에 좌우되기 쉬운 소비재에 얽매이기보다 장기성장을 위한 방향전환을 꾀하는 중"이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감시카메라 분야에 캐논의 기술력을 추가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타라이 회장은 "앞으로 산업용 카메라 사업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캐논은 기존 주력사업인 디지털카메라와 사무용 기기 부문의 부진으로 성장정체에 시달려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캐논의 사무용 기기 부문 매출은 지난해 21% 줄었으며 카메라 부문은 31%나 급감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2010년 정점을 기록한 뒤 위축되기 시작해 2018년까지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캐논은 기존 사업 부문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세계 3극 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은 기존 디지털카메라와 사무기기 사업 부문을 담당하고 미국은 정밀 의료기기 개발 및 생산, 유럽은 감시카메라와 상업인쇄기 사업을 각각 맡는 방식이다.
오바 게이시 오카산증권 수석 전략가는 "캐논은 그동안 현금을 자사주 매입 등에 써왔지만 이번에는 과감히 성장에 투자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