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중동지역 요동치면 달러도 휘청

걸프전·이라크전 이어 이번에 이란發 위기<br>금리인상 중단까지 겹쳐 글로벌 약세 지속







달러화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연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 중단 시사에 휘청거리던 달러화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23일 유로화는 1.22달러선을 돌파하고 엔ㆍ달러 환율도 114엔대로 밀리는 등 글로벌 달러 약세가 재개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도 한때 980원대가 붕괴되며 하락세를 보이다 결국 981원30전에 마감됐다. 그동안 달러화는 유난히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70년대 중동전쟁 당시에 달러화는 국제정세에 따른 불안감이 부각되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고 90년 걸프전 당시에도 110엔대였던 엔ㆍ달러 환율은 전쟁이 발발한 8월2일 103.6엔으로 떨어진 뒤 하락세를 지속했다. 2002년부터 시작된 달러약세 때도 이라크전쟁이 발발하며 환율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중동 평화의 불안 징후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달러화 기피현상을 야기시키고 있다. 필립 위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마켓 스트래티지스트는 23일 “70년대 오일쇼크 당시 미 달러가 받았던 압박을 상기시키면서 이란을 제외한 다른 중동 국가들이 오일달러를 미국과 유럽 이외 지역으로 재할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통화에 대해 중기적으로 강세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립 스트래티지스트는 그러나 “설 연휴를 앞두고 아시아 통화에 대한 차익실현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달러화 약세가 심화되자 국제 금값은 연일 치솟고 있다. 금 현물가격은 23일 한때 온스당 2.45달러(0.4%) 오른 556.95달러에 거래됐으며 뉴욕상업거래소 시간외 거래에서 금 선물 2월 인도물의 가격은 3.20달러(0.6%) 상승한 557.20달러에 움직였다. 이는 중동 국가들과 중동의 부자들이 유가폭등으로 벌어들인 달러를 금을 사는 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달러가 추가 약세를 보일 경우 금 가격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급등으로 재미를 본 중동 국가들의 오일달러가 70년대와는 달리 달러표시 자산을 사들이기보다 금과 산유국 주식 등의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달러약세 시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대외적으로 조금만 삐끗해도 큰 불안을 야기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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