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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백색 가전시장에 대형화와 소형화의 '신(新)양극화'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에 따른 보급형과 고급형이라는 양극화에서 이제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제품 크기 및 용량의 양극화 현상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전자업체들은 기존 제품보다 용량이 더 크거나 더 작은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전자레인지 등의 대형화∙소형화 현상이 확대되면서 이들 제품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LG전자는 조만간 자사의 기존 최대 용량인 17㎏보다 더 큰 용량의 세탁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2∙4분기 중에 내놓을 세탁기는 분명 기존 제품보다 용량이 큰 게 사실"이라며 "최대치가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세탁기의 용량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탁기시장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19㎏급 용량의 드럼세탁기를 내놓으면서 대형화 경쟁의 불을 지폈다. 이후 대우일렉도 17㎏급 공기방울 세탁기를 내놓았다. 대우일렉은 이 제품으로 한 달 평균 7,000대를 판매하는 등 대용량 세탁기시장에서 쏠쏠한 성과를 올렸다. 대우일렉은 다른 한편으론 7㎏급의 드럼세탁기도 내놓아 대형과 소형 세탁기시장을 동시에 파고들고 있다. 삼성도 유아 전용 세탁기인 3㎏ 용량의 '아가사랑 삶는 세탁기'를 판매하고 있다.
백색 가전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보다 크고 화려한 가전제품을 원하는 일부 부유층의 욕구와 소형 가전을 원하는 맞벌이 혹은 1인 가구 수 증가라는 요인이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엄영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무는 "지난 2000년대 초에는 냉장고가 600리터, 세탁기는 10~12㎏의 제품이 주로 판매됐지만 지난해부터는 냉장고가 750~800리터, 세탁기는 12~15㎏이 주력 상품으로 부각됐다"며 "반면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전시장에는 대형화와 함께 소형화 바람도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냉장고시장에서는 LG전자가 지난해 870리터급 세계 최대 용량의 제품을 출시했다. LG전자는 이 제품을 북미시장에 선보인 후 지난해 이 지역에서 전년 대비 145%의 매출 성장을 일궈냈다.
삼성전자는 LG전자와 함께 대형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지만 최근에는 1도어 미니 냉장고(47리터)도 출시했다. 소형 가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우일렉 역시 앞서 120리터 미니 냉장고를 출시하고 국내시장에서만 월평균 5,000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김치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시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508리터 용량의 김치냉장고는 배추김치만 86포기를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이다. 전자레인지시장에서는 소형의 인기 추세가 뚜렷하다. 대우일렉은 업계 최소형 전자레인지인 15리터급을 내놓은 지 1년 만에 누적 판매량으로 20만대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