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두들겨 맞더라도 절대로 민간인과맞대응하지 말라."
4일 미군기지 터인 평택시 팽성읍 일대에 철조망을 치기 위해 투입된 공병 및 보병병력들이 작전개시 전 이런 내용의 특별정신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팽성지역에 투입된 병력은 수도군단의 직할 1개 연대 및 예하 OO사단 1개 연대일부, 야전공병단 및 700 특공연대 일부를 비롯한 항공, 의무, 수송, 조리 등 총 3천여명에 이른다.
이들 병력은 이상희 합동참모본부 의장 통제 아래 박종달(중장.육사 29기) 수도군단장의 지휘를 받고 있다.
군단사령부 직할 특공연대 일부 병력이 포함된 것은 이 연대가 수도군단장이 동원할 수 있는 가용 예비병력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들 병력은 별도로 차출되지 않고 부대단위로 지정됐으며 2주 가량 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교육내용은 주로 '왜 내가 여기(미군기지 터)에 왔는지를 매사에 염두에 둘 것'을 강조하는 등 주민들을 자극하지 않고 철조망 설치라는 주어진 임무수행에만 만전을 기하라는 당부였다"고 설명했다.
군은 이를 위해 병력이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못하도록 헬기와 문교(다리처럼 연결하는 장비)를 동원하는 등 `절묘한' 아이디어를활용했다.
UH-60 헬기 15대를 이용해 25km 가량의 철조망과 1.8m 높이의 지주(철조망을 연결하는 철봉) 등을 공수함으로써 트럭 이동에 따를 수 있는 주민들의 저항과 접촉을사전에 봉쇄한 것.
이로 인해 군은 이날 팽성읍 대추, 안정, 도두, 본정, 신대리 지역 곳곳에 헬기로 철조망과 지주를 투하해 손쉽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군은 또 시위대에 의해 도로가 차단될 것에 대비해 문교를 준비했지만 사용할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가 병력 수송용 트럭이 이동하는 도로를 막으면 이를 이용해 재빨리 작업지역으로 이동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경찰이 사전에 3개통로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철조망 설치 작업을 맡은 공병과 이를 경계하는 보병의 옷차림도 여느 때와는달라 군의 `맞대응 금지'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했다.
600여명 남짓한 공병의 상의는 주황색 체육복, 하의는 얼룩무늬 군복차림이었다.
주황색 체육복은 일상적인 작업이나 내무실에서 생활할 때 편하게 입는 옷이다.
경계를 맡은 보병은 얼룩무늬 군복 차림에 두툼한 배낭을 멨으며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배낭에는 야간 취식에 대비해 개인 침구류를 담았다.
군 관계자는 "민-군 충돌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철저한 비무장을 원칙으로 했다"며 "작전명을 용산의 영어표기 첫글자(Y)를 딴 'Y-지원'으로 한 것도 군 인력이 어디까지나 공사준비를 위한 지원작업에만 몰두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