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한국인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부끄러움이 앞설 것이다. 단순히 '우리의 것'을 알지 못했다는 민족주의적인 죄책감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는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고 살았다는 인간으로서의 부끄러움 말이다. 호주의 유명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는 우연히 한국 음악을 듣게 된다. 그에게 음악을 들려준 한국인은 '끔찍한 음악'이라고 소개했지만 바커는 음악을 듣자마자 말한다."이렇게 멋진 음악은 처음이야! " 2일 개봉하는 영화 '땡큐 마스터 킴'은 바커가 반한 음악의 명장 김석출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그는 김석출을 찾아 7년 동안 17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지만 만나기는커녕 선생에 대한 정보조차 얻을 수도 없었다. 명장 김석출은 중요무형문화재 제82-가호 '동해안 별신굿' 명예보유자였다. 세습 무당이었던 그는 장구의 대가였다. 그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행복해하던 바커는 "생존하는 최고의 음악가일 텐데 아무도 모른다는 게 신기할 뿐"이라며 의아해했다. 그의 여정은 원광대 전통공연예술학과 김동원 교수의 도움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김 교수는 김석출을 만나기 전에 판소리꾼 배일동 씨를 비롯해 다양한 민속 음악인들을 소개해 바커 씨가 한국 음악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바커는 경이로운 눈빛을 감추지 못한다. 마침내 바커 씨가 김석출을 찾은 당시 그는 84세의 고령으로 위중한 상태였다. 바커가 그를 만난 지 3일 만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명장과의 만남이었다. 4억원 가량이 투입된 이 작품은 감독인 호주의 재즈 가수 에마 프란츠와 바커가 돈을 모아 제작했다. 그는 이 여정을 통해 '이완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뭔가 가득 차있고 긴장된 느낌의 서양 음악에서 찾을 수 없었던 '긴장을 풀고 호흡에 따라 연주하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영화를 계기로 바커는 재즈와 국악인들을 모아 그룹 '다오름'을 결성했다. 우리가 잊고 찾지 않던 우리 음악을 한 외국인이 깊이 공부하고 계승하는 모습을 보면'땡큐, 미스터 바커'란 말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