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 '아파트 열쇠를…' 개봉 50돌 맞아

대도시 비인간적 삶 유머로 묘사한 걸작

명장 빌리 와일더가 감독한 코미디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The Apartment)'가 올해로 개봉 50주년을 맞았다. 이 영화는 성공을 위해 부도덕도 마다 않는 미국 화이트 칼라 직장인들을 향한 와일더의 따끔한 비판이요, 조소이자 삭막하기 짝이 없는 대도시 사무실 안의 비인간적인 삶을 칼침을 놓는 듯한 신랄한 유머로 묘사한 흑백 걸작이다. 와일더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중년 남녀의 이루지 못할 사랑을 그린 흑백 소품 '짧은 만남'(1945)에서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파트의 주인은 뉴욕의 보험회사 말단 직원인 C.C. 백스터(잭 레몬). C.C.는 착하지만 아첨꾼으로 승진을 위해 자신의 아파트를 직장 상사들의 밀회 장소로 돌아가며 빌려 준다. 와일더는 출세를 위해 회사 사다리를 삐딱하게 이용하는 C.C.를 통해 미국의 결점과 꿈 등을 풍자했다. 반 세기 전 영화지만 지금 봐도 현실감이 살아 있다. C.C.의 상사인 인사부장 제프 쉘드레이크(프레드 맥머리)는 C.C.의 부업(?) 소식을 듣고 C.C.를 벼락 승진시켜준 뒤 아파트 열쇠를 독차지한다. 마침내 C.C.의 아메리칸 드림이 이뤄진 것. 그런데 불행하게도 제프의 애인인 회사 엘리베이터 걸 프랜 쿠벨리크(셜리 매클레인)는 C.C.가 사랑하는 여자다. 이 삼각관계는 뒤늦게 C.C.가 자신의 부도덕함을 뉘우치고 제프로부터 아파트 열쇠를 회수한 뒤 회사를 때려치우면서 끝난다. 오스카 작품, 감독 및 각본상을 받은 이 영화는 코미디치곤 스산하고 어두우며 멜랑콜리하다. 비엔나와 베를린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1933년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온 와일더는 그 때만 해도 영어 한 마디 못 했다고 한다. 그는 마침내 미국 본토인보다 더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각본가이자 감독이 돼 정곡을 찌르는 대사로 가득한 코미디의 대가로 성공했다. '아파트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는 나중에 '약속들, 약속들'이라는 연극으로 만들어져 브로드웨이에서 빅히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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