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7월 22일] 미셸 위와 촛불 시위

개인의 비극을 헤집는 것은 참 미안하지만 엊그제 미LPGA 투어 스케이트팜 클래식에서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가 저지른 실수는 전형적인 한국문화의 거친 단면을 담고 있다. 뉴스에 따르면 그녀는 2라운드가 끝나고 제출했던 스코어카드에 실수로 자신의 사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스코어카드를 받아본 자원봉사자가 그녀의 실수를 발견하고 뒤쫓아와 곧바로 사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미셸 위가 룰의 영역(로프로 둘러싸인 지정구역)을 벗어난 직후였고 규정을 엄격하게 고수해온 미LPGA 사무국은 이튿날 가차 없이 그녀를 실격처리했다. 미셸 위는 “다시 돌아와 사인을 했기 때문에 괜찮을 줄 알았다”며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상황은 개인의 엄청난 비극으로 끝났다. [불신이 증폭시킨 대소동] 지난 5월 초부터 시작된 촛불시위가 벌써 두달을 훌쩍 넘겼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본연의 의미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는 모습이고 참여인원이나 일반인의 열기가 크게 줄었다 해도 여전히 광화문 주변은 저녁마다 소규모 시위대의 실력행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촛불시위가 아직도 끊이지 않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생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골자겠지만 정부가 진행한 각종 노력들에 대한 불신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비록 수입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규격의 쇠고기’만 취급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정부도 모든 요식업체들에 의무적으로 수입 쇠고기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강화된 조치를 취했지만 촛불을 완전히 끄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룰에 대한 믿음’을 놓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소동이기도 하다. 지금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정부나 수입업체ㆍ요식업자가 모두 긴장과 경계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 같은 강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머지않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측이나 이를 판매하는 측은 긴장이 풀릴 것이다. 특히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보면 골목식당은 물론이고 시내의 내로라 하는 고급 음식점에서는 누구보다 빨리 느슨해질 것이다. [룰의 반격에 주목해야] 미셸 위가 룰의 영역에서 벗어난 것은 불과 몇 m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가 지불한 비용은 너무 크다. 미셸 위가 실격당하기 직전인 대회 3라운드를 끝낸 성적은 그때까지 단독 1위였던 대만 쳉야니(18언더파)를 바짝 추격하는 단독 2위(17언더파)였다. 골프 관계자는 미셸 위가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만 했더라도 상금랭킹 80위권에 안착해 내년 LPGA 풀 시드를 보장받았을 것이라고 한다. 간단한 룰 하나를 무시한 비용치고는 너무 가혹할 정도로 크다. 이야기의 방향을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로 돌려보면 우리 사회에 지금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 수 있다.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로 대소동을 일으켰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때를 즈음해 엄격한 자체 기준을 내걸었던 수입업체가 자신의 약속을 어긴다면 그들은 룰을 어긴 비용을 얼마나 지불할까. 정부가 의무적으로 강제한 원산지 표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편의에 의해 무시하는 요식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면 그들은 또 어떤 비용을 치를까. 모르긴 몰라도 미셸 위만큼 가혹한 비용을 치르지는 않을 것이다. 촛불시위로 대변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소동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룰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거나 터무니없이 싸게 지불한 후유증이기도 하다. 되짚어보면 우리 사회도 이제 ‘룰의 반격’이 주는 가혹한 비용에 주목하고 룰을 룰답게 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펼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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