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어린이날에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도 가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식도 할 생각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취업에 성공한 이종우(56ㆍ가명)씨. 지난 1년을 돌아보면 가족에게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라는 그는 요즘 신바람이 나 있다. 사장 수행기사로 일하며 한 달에 받는 돈은 고작 150여 만원밖에 되지 않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생겼기 때문이다.
막노동끝에 운전기사로… "이젠 가족에 떳떳"
"일할수 있는 고령자에 취업기회 더 줬으면…"
그에게 지난 1년은 정말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사장 수행기사로 17년간 근무하다 많은 나이 탓에 지난 1월 회사를 나온 뒤 유료직업소개소, 고용지원센터 등 이곳 저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12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아내와 중 1인 아들, 초등학교 5학년 딸, 처 이모님 등 다섯 식구가 함께 사는 그는 집안의 모든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했기에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딱 한번 구청에서 차상위 계층에게 주는 지원금 30만원을 받긴 했지만 별다른 직업을 구하지 못해 지난 1년 동안 ‘막노동’으로 하루하루 연명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씨는 “지난 겨울에 요금이 밀려 아파트 가스가 끊어지는 바람에 일주일 동안 온 가족이 추위에 벌벌 떨어야만 했다”며 “가장으로서 가족들 볼 면목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령’이란 현실의 높은 벽 앞에 그는 자꾸만 움츠러들었다. 이 씨는 “유료직업소개소에서는 소개비만 100만원을 요구하고 그런데도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였다”며 “50대 수행기사는 사장들이 부담스러워 해 내가 설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좌절과 절망감 속에 지내다 올해 초 지하철에서 눈에 띈 게 ‘서울 일자리 플러스 센터’광고였다. 이미 여러 기관에 등록했던 그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기로 하고 한걸음에 센터를 찾아 구직등록을 했다. 그로부터 2주 후 센터로부터 적합한 자리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씨를 상담했던 고령자 상담알선팀 이지영 상담사는 “센터를 직접 방문해 서류를 내는 등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통해 성실하고 좋은 이미지로 면접에 성공한 것 같다”고 그에게 공을 돌렸다. 이 씨는 “지난달 말 월급을 갖다 주니 아내가 ‘그간 마음 고생 많았다’며 눈물을 훔쳤다”며 “이제서야 남편, 아버지로 떳떳하게 가족 얼굴을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센터 덕분에 한 달 만에 소개비도 없이 취직을 하게 돼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고령자들에게도 취업의 기회를 많이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