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창호등급제 여전히 유명무실

시행 1년 지나도록 표시제품 현장선 10%도 안쓰여<br>공사 80% 차지 분리발주<br>신고 의무화 조항 없고 제조업체만 강제대상에<br>건설사 분양단가 낮추려 비싼 등급표시 제품 안써


건축물 에너지 절감을 위한 창호 에너지 효율등급제가 시행된 지 꼬박 1년이 지났지만 등급을 받은 창호제품이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10%도 안 되는 등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분리 발주시 등급 신고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정부 부처간 칸막이식 정책 탓에 건설 현장에서 에너지 효율 등급이 표시된 창호가 거의 쓰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분리발주가 전체 창호 공사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통상 건설사나 건축업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분리발주로 창호공사를 진행하기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창호 공사는 창틀과 유리를 결합해 창세트 형태로 판매하는 통합발주와 창틀과 유리를 각각의 업체에서 구매하는 분리발주로 구분된다.


사정이 이렇자 지난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산자원부)는 창호에너지효율등급 관리 기자재 운용규정에서 분리발주돼 판매하는 창세트는 납품하는 제조업자가 임의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창호 등급 라벨을 부착한 제조업자가 사후관리 책임을 지도록 했다. 그러나 분리발주의 경우 실제 임의신고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창호등급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소비자들이 요청하더라도 임의신고이기 때문에 업체들이 굳이 신고를 할 필요가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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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더해 부처간 칸막이 정책 역시 창호에너지 효율등급제도를 반쪽자리로 만들고 있다. 창세트 제조업체는 등급제가 강제이지만, 관련된 건설사나 건축업자에겐 의무사항이 아닌 것. 현재 창호등급제는 산업부에서, 건축 관련 법규는 국토교통부가 관할하고 있다. 결국 건축허가 법규 통제를 받는 한국주택토지공사나 SH공사 등 공기업, 건설사는 건축허가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없기 때문에 창호등급제를 지킬 필요가 없다. 아울러 건설사들은 부동 산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 증가로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성능이 좋은 창호보다 가격이 저렴한 창호를 찾고 있어 창호등급제를 더욱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 직면한 창호업계는 불만을 성토하고 있다. 정부가 시켜서 기껏 돈을 들여 에너지 절감 제품을 개발해 놨더니 수요처가 없다는게 말이 돼냐는 지적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의 효율등급 신고 현황을 보면 올 상반기까지 총 136개 업체에서 868개 창호모델에 대해 등급 승인을 받았다. 여기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수 중소업체들도 참여했다.

창호업계는 정부 부처들이 일부 업계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서로 협조하지 못하면서 목표 달성은 커녕 정책 낭비만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창호업계 관계자는 "많은 돈과 인력을 들여 등급제를 대비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려고 애썼는데 정작 제도가 시행된 후 보니 제도상의 허점으로 그 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 듯 하다"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제도니 만큼 문제점을 개선해 에너지 절감 효과도 높이고 소비자들의 권리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호 에너지 효율등급제도=소비자들이 에너지 효율이 좋은 창호 제품을 쉽게 구분해 고단열 창호를 구입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기업들이 원칙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생산 판매하기 위한 의무 신고제도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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