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벤처 패자부활전' 유감

안의식기자 <정보산업부>

역전은 항상 짜릿하다. 사람들이 스포츠에 환호하는 것은 역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레슬링 경기에서 내내 밀리던 우리 선수가 뒤집기 한판으로 멋지게 승리할 때 우리는 열광한다. ‘인생 역전’이라는 문구로 마케팅에 성공한 복권도 있지 않나. 정부가 실패한 벤처기업인들의 인생 역전을 유도하기 위해 ‘벤처 패자부활전’을 준비 중이다. 비록 실패했지만 그동안 쌓아온 기업 경영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사장시킬 수 없지 않느냐는 업계 주장에 화답한 것이다. 일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부활이 가능한 사람으로 판명되면 자기 이름으로 법인설립도 허용해주고 자금지원도 이뤄질 전망이다. 그런데 과연 재기라는 것이 이렇게 요란법석을 떨며 도와줘야 가능한 것일까. 이들이 그동안은 재기할 수 없었는데 정부의 도움을 받으면 재기할 수 있다는 논리인가. 일부에서는 이번 패자부활전이 왕년의 벤처 스타인 몇몇 명망가들을 위한 잔치라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벤처 거품 붕괴는 단순히 수많은 벤처기업인들이 망하고 그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수면 아래에는 수만, 아니 수십만의 피눈물과 한숨이 배어있다. 쓸 것 안 써가며 수년간 모았던 집 구입 자금, 남편 몰래 꼬깃꼬깃 간직해온 쌈짓돈, 아이들 과외비를 줄여가며 모은 돈, 부모님 여행자금 등등. 이러한 돈들이 벤처시장에 들어왔다가 휴지조각이 됐다. 그 바람에 평범하게 살던 수많은 서민들의 인생이 무너졌고 그들의 가정이 깨졌다. 왜 이들에 대해서는 부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말이다. 부활을 꿈꾸는 벤처기업인들은 먼저 이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부활을 꿈꾸기에 앞서 투자자에 대한 철저한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 또 패자부활의 개념은 현행 법체계에도 맞지 않는다. 부도를 내고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에게 법인(주식회사)설립을 막는 이유는 주식회사가 많은 사람의 돈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법인 자체가 최소한의 법적인 신뢰성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 만일 신용불량자에게 법인설립을 허용한다면 이 같은 민법의 토대가 훼손되는 셈이다. 나비가 되려는 고치의 힘겨운 움직임이 안타깝다고 인위적으로 고치를 찢고 나비를 꺼내주면 그 나비는 정상적인 나비로 성장하지 못한다. 스스로 고치를 찢는 과정에서 단련돼야 할 날개근육 등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패자부활이란 남들이 일으켜줄 때 가능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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