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초점] 과학기술부 폐지론에 "지금이 어느땐데"

양자강(揚子江)은 길이가 5,800㎞에 달하는 중국 최대의 강. 「양자강」이라는 이름은 외국인들만 사용한다. 중국인들은 이를 「장강(長江)」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이렇다. 강소성(江蘇省) 양주(揚州)에 양자교(揚子橋)라고 하는 다리가 있었다. 19세기말 한 서양인이 배를 타고 와서 『이 곳을 뭐라고 하느냐』고 물었다. 중국인 선장은 다리의 이름을 묻는 줄 알고 별 생각없이 「양자」라고 말했다. 그 대답을 들은 서양인은 강의 이름을 양자강이라고 이해했다. 결국 외부에는 「양자강」으로 전해지면서 이것이 정식 명칭이 되고 말았다. 이는 역사의 에피소드 한토막에 불과하다. 그러나 잘못 전달된 정보가 전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과학기술부 존폐론 역시 강을 다리로 착각하는 오해의 산물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과기부 존폐론의 요지는 이공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관리업무가 새로 출범하는 총리실 산하 연구회(연합이사회)로 이관되므로 주무부처가 불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일과성 해프닝에 불과하다. 물론 과기부의 위상을 포함한 과학기술 행정체제의 개편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새정부 출범 직전 구 통산부와 정통부의 과학기술 관련 기능을 끌어모아 부총리급의 과학기술연구원 또는 과학기술연구부로 격상 정통부의 정보통신 연구개발 및 관련 산업 육성기능과 합쳐서 과학정보기술부로 개편 교육부와 통합, 과학교육부로 개편하는 등 여러 조직개편안이 모색됐다. 과학기술과 연관된 모든 형태의 조직개편이 검토된 셈이었다. 그같은 과학기술 행정체제 논의과정의 중심 테마는「과학기술 진흥」이었다. 새정부가 과기처를 과기부로 격상한 것도 과학기술력 제고에 대한 정계·관계·학계의 여망을 수렴한 결과다. 특히 최고 통치권자의 관심과 의지가 깊이 반영됐다. 대통령의 과학기술 진흥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새정부 출범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청와대는 지난 4월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을 국민회의와 자민련에 지시했다. 그에 따라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과학기술경쟁력강화대책위원회가 조직됐다. 위원회는 각종 과학기술 진흥책과 함께 과기부를 미래부로 개편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긴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최종 제출은 보류했다. 정책토론회를 거친 것도 아니고, 관계부처와의 실무적인 협의도 없는 아이디어를 보고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 때에도 소수 인사들을 중심으로 과기부 폐지가 언급된 적이 있으며, 이들은 과기부에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 존폐론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정부출연(연)법 제정이 추진되면서 부터.★본지 10월 15일자 1면 참조 기획예산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과기부 산하 20개 이공계 정부출연(연)중 12개 연구기관의 관리가 연구회로 넘어가는 것을 계기로 과기부 존폐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부가 제기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과기부 존폐론은 일부 인사의 생각이 마치 정책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양 부풀려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10월9일 열린 정부출연(연)법 확정을 위한 당정회의에서도 과기부 존폐론은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미국·일본 등 기술선진국과, 가격경쟁력이 있는 중국 등 신흥공업국 사이에 끼여 있는 샌드위치 신세다. 더구나 IMF관리체제라는 막다른 골목에 빠져 있는 처지이기도 하다. 이 국난을 정면으로 돌파하는데 과학기술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앞선 전략이라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과기부는 달리는 말을 제어하는 마부(馬夫)나 같다. 야생마가 더 잘 뛸 수는 있다. 그러나 유능한 마부는 말을 지름길로 달리게 한다. 과학기술 전담부처의 존재는 그래서 필요하다.【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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