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복에 담긴 '역설의 美學'

화가 정명조 4년만에 국내 개인전

정명조作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

한복에는 전통 의상이 주는 친숙함과 서양 옷을 입고 생활하는 일상에서 괴리된 '이국적' 미감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특히 여성 한복은 섬세한 자수과 화려한 비단 광택이 동경의 대상이지만 옷을 입은 여인의 삶은 아름다운 장식에 비례해 구속과 제약이 많아진다. 예를 들면 왕후의 적의(翟衣), 공주ㆍ옹주가 아니면 혼례 때나 입을 수 있었던 활옷에는 책임감이, 한껏 멋을 부린 기생의 옷에는 신분적 한계가 뒤따른다. 화가 정명조는 화려한 한복을 입은 여인의 이 같은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파고 들었다. 그의 개인전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1일부터 열린다. 해외 아트페어ㆍ경매에서 인기가 있어 4년만에야 국내에서 개인전이 열리게 됐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정명조는 2000년께 한복집 쇼윈도에서 우연히 본 원삼(圓衫)에 매료돼 이후 줄곧 한복 입은 여인상에 몰두했다. 극사실 기법으로 완성된 그림에는 비단의 광택과 질감, 화려한 금박 무늬와 자수, 각종 장신구와 결 고운 여인의 머리칼까지 섬세하게 묘사됐다. 인물화지만 여인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 등을 돌리고 있다. 얼굴을 볼 수 없어 당혹스러운 대신 관객들은 화려한 의상에 몰입할 수 있다. 이윽고 관심의 시선은 익명의 존재로서 살다간 여인들의 내면으로 옮겨간다.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왜 뒷모습을 그리냐'고 묻는데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뒷모습은 인물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말을 아낀다. 원색의 한복은 어두운 단색의 배경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이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하는 여인의 숙명적 침묵과 공허함을 암시한다. 특히 이번 신작에서는 추사 김정희, 퇴계 이황 등의 서체가 배경에 얹혀졌다. 벽계수가 황진이의 치마폭에 글을 적어준 일화에서 착안한 시도다. '놀이터' 정도로 해석되는 '플레이-그라운드(Paly-Ground)' 연작은 유려한 글씨로 남성중심의 선비 문화를 보여주면서 이를 통해 유교적 전통 속에 살아간 여인들을 부각시킨다. 전시는 7월4일까지. (02)720-1020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