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아산 모듈공장 가보니… "품질 경쟁력 높이자" 구슬땀<br> "위기를 기회로" 글로벌 부품업체 도약 총력… 세계수준 '직서열 공급' 으로 불량률 '0' 달성
|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의 생산직원이 부품에 바코드를 대고 모듈 고유번호와 부품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이는 불량률 '0' 을 가능하게 하는 '이종 부품 사용 방지 바코드 시스템' 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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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완성차와 한 배를 탄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모비스도 그 여파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지난 10일 찾은 현대모비스 모듈화의 전초기지 충남 아산 공장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현대모비스의 경쟁력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을 통한 새로운 기회의 창출이었다.
김인식 현대모비스 아산모듈생산팀 부장은 "2009 무결점운동을 통해 완벽한 품질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모듈기술과 생산능력 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부품업체로 거듭나는 중"이라고 밝혔다.
완성차의 힘은 부품 회사의 품질 경쟁력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제조원가의 70%를 부품이 차지하기 때문. 현대ㆍ기아차의 신모델 라인업은 차량 1대 당 40% 가량이 이 회사의 모듈과 부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수요 감소에서 현대ㆍ기아차가 선전을 벌이고 있는 배경에 모비스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연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아산 모듈공장은 현대모비스의 표준 모듈 공장. 여기선 이웃한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에서 만드는 중대형 세단 NF쏘나타와 그랜저TG에 들어가는 3대 핵심 모듈인 섀시ㆍ운전석ㆍ프론트엔드 모듈을 57초마다 1대 분량으로 만든다. 모듈이란 서로 연관되는 자동차 부품을 일체형으로 조립, 반제품 형태로 만든 자동차의 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 중인 현대ㆍ기아차의 모듈을 만들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아산공장은 불황의 그늘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에너지가 가득했다. 자동차 수요 감소로 특근이 없어지고 현대차 아산 공장과 보조를 맞춰 조업 시간 단축 등 탄력적으로 운용 중이었지만 신차에 대한 기대감과 고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베어 나왔다.
한 생산직원은 "오는 9월 나올 NF쏘나타 후속 투입을 위한 헤드램프 조립기를 장착하는 등 신차 맞이가 한창"이라며 신차 투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흥이 절로 난 모습이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최고 품질 모듈 생산과 원가 절감을 위한 축적된 노력을 통해 가능했다. 현대ㆍ기아차의 품질 제고의 배경에는 모비스만의 독자적인 시스템이 자리했다. 세계 명차 브랜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직서열 생산 ▦트롤리 컨베이어 시스템이다.
'직서열 공급'인 저스트 인 시퀀스(JIS) 방식은 현재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높은 효율성으로 원가 절감이 가능했다.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차 한 대의 의장조립이 시작되면 현대모비스에서도 동시에 모듈 생산이 들어간다. 차체가 완성되는 순간 내부 구성 설비가 그 앞에 도착해 바로 완성차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완성차의 주문한 순서에 따라 모듈이 나오기 때문에 재고도 발생하지 않고 시간도 줄일 수 있다. 현대차가 현대모비스에 모듈 발주를 전산으로 전송하자, 모듈 공장 생산라인이 곧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이 과정이 종료되기까지 90분이 채 못 걸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가 뒤바뀌면 안 된다는 것. 그랜저 운전석 모듈만 사양이 3,000종류가 넘는다. 만약 부품 하나만 잘못 들어가도 완성차는 심각한 결함을 가진다. 이를 위해 이 공장은 '이종 부품 사용 방지 바코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생산라인 모든 작업자 앞에 놓인 사양 지시 모니터는 부품에 바코드를 대자 모듈 고유번호와 장착될 부품 정보를 알려줬다. 다른 부품을 갖다 대니 곧바로 경고음이 나면서 생산라인이 멈춰 섰다. 불량률 '0'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공간 활용을 통한 원가 절감 노력도 돋보였다. 천장에는 인형 뽑기 장치의 인형 집게손 같은 기계들이 여러 개 달려 있다.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트롤 리가 움직이면서 물류를 운송하는 '트롤리 컨베이어' 시스템이다. 완성차 공장에서 작업장 복도를 분주하게 돌아 다니던 견인차가 없는 이유였다.
조성연 생산팀 차장은 "트롤리 도입으로 공장 내 물류 동선에서 불필요한 움직임을 없애 번잡함을 줄였고 안 쓰는 공간인 천장에 물류를 보관하는 효과도 얻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의 품질 경쟁력은 불황이라는 위기를 맞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모듈에 적용되는 핵심부품인 에어백, 브레이크 시스템, 변속기, 조향장치, 램프 등도 직접 개발 생산함으로써 모듈 부품의 성능을 한 단계 높여나가고 있다. 최근엔 BMW본사 관계자가 아산 모듈공장을 다녀갔다. 이미 품질 우수성은 익히 알려진 데다 최근 원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춰 해외 브랜드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BMW가 미니에 들어갈 램프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첫 거래는 램프지만 점차 부품을 늘려 종국에는 주요 모듈 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