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8월 25일] '바이오 의료' 强國되려면

의료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 순환기ㆍ신경계ㆍ대사성 질환 등을 포함한 수많은 질병들이 아직 난치성 과제로 남아 있다. 질병은 복잡한 생물학적인 기전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과학적 지식 및 연구와 더불어 질병특이적인 목적의식과 통찰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우리나라의 임상의학기술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며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핵의학과나 영상의학과 등은 세계 4~5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학문간 통섭으로 발전 노릴 때

한국의 과학 수준 역시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세계 10위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발전이다.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흔한 일이 돼버렸다. 이 모든 것들이 우수한 인력양성, 한국인 특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재능, 정부의 지원 강화 등으로 이뤄졌음이 틀림없다.

이제는 이러한 임상의학과 기초과학의 발전을 기반으로 새로운 의료원천 기술을 개발할 시기이다. 현대 과학에서는 전혀 다른 분야의 학자들의 융합연구를 통한 혁명적인 진보가 이뤄지고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최근 출판된 제임스 왓슨의 세 번째 자서전을 보면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히기 위한 오랜 과정이 묘사돼 있는데 물리학자와 화학자ㆍ생물학자들이 오랜 기간 서로 토론하고 실험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결국 생물학 발전에 혁명적 계기가 됐던 DNA 이중나선구조의 규명은 물리ㆍ화학ㆍ생물학의 융합연구로 이뤄진 것이다. 특히 지난 1950년대에 미국의 동부와 서부,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공동연구가 활발했던 것이 놀랍다. 이처럼 과학의 발전은 서로 다른 분야의 학자들 간 공동연구를 통해 이뤄진 예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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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일선병원 의료현장에서 매일 환자와 마주치는 의사(MD)들이 이공계 PhD와 협력연구를 통해 의료현장에 필요한 의생명 난제극복 기술을 연구하며 신약ㆍ보건 및 의료 분야의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융합원천핵심기술 개발에 나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의학-첨단과학 융합원천기술개발을 위해 2009년 3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 약 6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의사들의 경우에는 자기 전공 분야에 있어서의 난제ㆍ애로사항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알고 있고 기초과학 지식의 임상적 의미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다. 이에 비해 이공학계 PhD는 기초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능력과 아이디어가 탁월하다. 우리나라에 세계 톱클래스 수준의 의사와 PhD가 양성된 현재의 토양에 이들의 능력에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시너지를 유발시키려는 정부의 의도는 시의적절한 시도라 할 수 있고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

즉 임상의사와 과학자가 의료현장의 난제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해 최적의 연구방법을 통한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내고 이를 신의료 원천기술로 연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하버드-MIT, UCLA-CalTech와 같이 같은 지역의 의대와 이공대의 조인트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었다. 스탠퍼드대는 의대와 공대ㆍ자연대의 중간지점에 Bio-X 프로그램의 연구소를 설립하고 의생명과학(Bio)과 다른 분야(X)와의 융합연구를 적극지원하고 있다.

'의·과학 융합' 에서 해법 찾길

벼농사를 짓는 농민의 특성이 유전자에 각인된 한국인은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함께 일하는 데 매우 익숙하다.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서양 사람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로 마음이 잘 맞으면 비교적 쉽게 의기투합을 한다. 여기에 의학과 과학의 경계도 모호해짐에 따라 과거 철옹성처럼 높기만 하던 전공의 벽도 허물어지고 있다. 필자가 의사로서의 연구 인생에서 가장 기쁘고 가슴 설레던 때는 실력과 인품이 뛰어난 과학자를 만나 서로의 협력연구를 논의할 때였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동업자를 만났을 때 항상 미래에 대한 희망에 부푼다.

이제 의사와 과학자들은 서로에게 잘 맞는 파트너를 찾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의학-첨단과학 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의 예산을 더 늘려 소규모부터 대규모의 융합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미국ㆍ일본을 비롯한 선진국과의 의생명과학 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양질의 의사와 과학자의 효율적인 융합연구를 통한 신지식창조, 신기술 개발에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많은 의사들과 과학자들이 서로의 마음을 열고 진정한 협력으로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해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춰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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