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준농림지 토지적성평가 완화 ‘땅 투기조장’] 투기방지책 없이 개발빗장만 해제

`준농림지(현 관리지역)등에 대한 개발규제는 풀어 택지공급을 늘리고 투기는 잡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근본적인 투기방지책도 마련되지 않은데다가 개발 인ㆍ허가권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 `규제할 손ㆍ발`이 없는 상태에서 관리지역 개발의 빗장을 푸는 것은 지난 90년대의 준농림지 투기열풍을 재현시킬 우려가 높다는 평가다. ◇개발편입 후보지 땅값만 올린다 = 건설교통부가 구상중인 `토지적성평가에 관한 지침 개정안`은 관리지역내 논ㆍ밭ㆍ임야 중 개발용지로 편입될 가능성이 큰 도시인접 농지 등에 대한 투기를 일으킬 것으로 분석된다. 지침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관리지역을 개발ㆍ농업ㆍ보전적성의 용지로 분류할 때 쓰이는 18개의 표준 지표와 5개의 대체지표중 대체지표의 사용범위를 완화하겠다는 것인데 대체지표는 평가대상 토지의 지가수준이나 도시용지 인접비율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 다시 말해 해당 토지의 지가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도시 등 개발지역에 가까운 토지일수록 개발적성이 높은 4~5등급의 용지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준농림지가 폐지된 후 개발규제에 묶인 땅들은 2~3년간 헐값에 수준으로 전락했지만 이들 토지가 다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높은 매매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투기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90년대 당시에도 정부가 택지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준농림지제도를 도입하면서 개발규제를 대폭 풀자, 평당 불과 10~15만원 안팎이던 경기도 일대 논ㆍ밭 등의 매매가격이 2~3배씩 뛰기도 했다. ◇투기억제책은 느슨 = 가뜩이나 농지ㆍ임야 등으로 몰리고 있는 토지투기 열기가 더욱 거세질 우려가 높다. 이에 대해 정부는 토지투기지역 21곳을 추가로 지정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내 거래허가대상 토지면적을 절반이하로 낮출 방침이지만 여전히 피해갈 구멍은 있다는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농지의 경우 당초 1,000㎡(약 303평)초과였던 거래허가대상 면적이 500㎡(151.5평)초과로까지 강화됐지만 덩어리가 큰 농지를 100평대 규모로 필지분할을 해 여러 투자자들에게 되파는 이른바 `기획형 부동산컨설팅업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또 토지의 단기 전매(농지는 취득후 6개월 이내, 임야는 1년 이내)를 금지했지만 통상 토지투자자들의 토지보유기간이 2~5년임을 감안하면 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건교부, “계획관리지역이 개발지는 아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토지적성평가 관련 지침 개정은 단순히 토지규제완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지난 1월 20일 개정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존의 준농림지가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반드시 개발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계획관리지역으로 세분화되더라도 해당 토지내 대규모 개발을 위해선 2종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의 도시계획 절차를 받아야 하고, 소규모 개발 역시 부적합한 경우 지자체로부터 개발행위제한을 받는다는 것.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개발관련 행위제한 방식이 기존의 네거티브(negativeㆍ개발제한 사항을 열거한 후 열거내용에 포함되지 않으면 허가해주는 방식)가 아니라 포지티브(positveㆍ개발허가 사항을 열거한 후 열거 내용에 포함되지 않으면 제한하는 것)방식으로 바뀌는 등 강력한 규제가 가능해 를 통해 난개발과 투기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개발행위 규제 방침 손발이 없다 = 하지만 이 같은 개발행위에 관한 엄격한 규제 방침은 관련 인ㆍ허가권을 일선 지자체에 위임한 상태에선 큰 설득력이 없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평가다. 아무리 중앙정부에서 엄격한 지침을 내려보낸다고 해당 지자체가 강력한 규제의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이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지적성평가 결과에 따라 관리지역 내에 땅을 가진 주민들의 민원이 엄청날 터인데 각 지자체에게는 이것이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결국 인기 많은 규제완화는 중앙정부가 하고 민원이 많은 규제는 지자체에 떠맡기겠다는 식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관련기사



민병권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