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지난 22일 내년부터 매월 13조엔 규모의 자산을 무기한 매입한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만기 도래하는 채권을 재매입하는 것도 포함돼 포장만 그럴싸한 양적완화 대책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지적했다.
BOJ가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큰 자산매입을 최소화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는 막대한 양의 자산을 기한 없이 사들이고 있다는 인상을 줘 엔화약세와 주가상승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베 신조 총재가 일본의 방만한 재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겉으로는 올해 예산을 줄인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전년도 추경예산에서 발행한 국채를 올해 예산으로 끌어온 '꼼수'를 쓴 데 이어 또 다른 요령을 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 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BOJ의 내년도 자산 매입량은 올해보다 10조엔 늘어난 111조엔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자산 매입량이 전년보다 25조엔, 올해 매입 목표량이 34조엔 늘어난 데 비하면 오히려 성장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BOJ가 무기한 자산매입에 나섰음에도 자산 매입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것은 13조엔의 자산매입기금 중 10조엔이 단기채권 매입용인데다 만기도래 채권을 되사는 것도 이 기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BOJ의 실제 신규 채권매입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 같은 회의론이 확산되자 일본증시는 하락하고 엔화가치도 강세를 보였다. 23일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2.08% 하락한 1만486.99로 마감했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도 오후3시 현재 달러당 0.32엔 하락한(엔화강세) 88.30엔에 거래되고 있다.
신문은 일부 투자자들이 BOJ의 화끈한 양적완화 대책이 나오려면 과거 아베와 대립각을 세운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가 물러나는 오는 4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BOJ는 22일 이틀 일정의 통화정책회의를 마치며 장기간 지속돼온 경기침체를 탈피하기 위해 내년부터 매월 13조엔 규모의 자산을 매입한다고 밝혔으며 가능한 한 빨리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