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전략” 명분 불구/대부분 내수판매 치중/업계 “안방 뺏길라”우려「국내 PC시장은 현재 전략적 제휴중.」 국내 PC업계에 서로의 장점을 결합하려는 전략적 제휴 바람이 불고 있다. LG전자와 현대전자가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각각 내로라하는 외국 PC업체와 연합군을 결성하고 나선 것이다.
LG가 지난해말 미국 IBM과 손잡고 합작법인인 LG IBM PC를 세웠고 현대도 최근 일본 아도전자와 합작으로 PC양판점 「티존코리아」를 설립한데 이어 미국 컴팩과도 국내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LG와 현대는 이같은 합작이 세계화 시대를 맞아 세계 PC시장을 겨냥한 전략적인 제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경제적인 국경이 허물어진 현 시대에서 서로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결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LG와 현대가 PC사업에서 합작이라는 포석에 이어 세계화 전략에 걸맞는 뚜렷한 행마를 아직 보이지 않아 결국 국내 시장 공략용으로 이같은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외국 업체에 국내 시장을 열어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LG와 현대의 합작전략은 PC사업이 자력으로는 더이상 승산이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결국 호시탐탐 한국 시장 진입을 노리던 외국업체와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LG와 현대는 그동안 PC사업에서 그룹의 역량에 걸맞지 않는 저조한 실적을 보여왔다. 라이벌인 삼성이 지난 94년 삼보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선 뒤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LG와 현대는 격차가 크게 벌어진 3위와 5위 자리를 맴돌았다.
IBM과 컴팩도 마찬가지다. 세계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들이 유독 한국시장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외국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통털어도 고작 5%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 업체들의 연합은 세계 6위(올해 2백만대 이상) 규모인 국내 PC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마지막 「히든 카드」라고 할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들이 세계시장을 겨냥한 「연합군」으로 변신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모니터·HDD·CD롬 드라이브·TFTLCD 등 다양한 주변기기와 부품을 생산하면서 PC 관련 모든 기술을 축적한 LG와 현대가 굳이 합작사를 세우는 이유는 국내시장 장악 뿐이라는 것이다.
국내시장에만 초점을 맞춘 LG IBM의 전략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LG IBM이 일본IBM으로부터 수입·판매하는 한달간 노트북 PC 판매량은 지난해 1년동안 한국IBM이 팔았던 수량을 넘어섰다. 그 결과 LG IBM은 1년도 안돼 국내 노트북 PC시장에서 2위 자리를 넘보게 됐다.
여기에 세계 제일의 PC업체인 컴팩까지 가세한다면 실질적인 외국업체의 점유율은 점점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개방에 따라 국내 PC시장을 지켜야 할 대기업들이 단순히 외국업체와 「국내 시장 나누어먹기」 전략으로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김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