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데이터 관리 국제표준을 선점하자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무의식적으로 지키고 있는 규칙이 있다. 적색등이 켜지면 멈추고 녹색등이 켜지면 통행하는 교통규칙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이 규칙은 통용되고 있다. 신호등ㆍ횡단보도와 같은 교통규칙을 국제표준으로 채택해 모든 나라가 규격에 맞춰 제도화한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만일 각국에서 적색 신호를 다른 의미로 해석해 생활한다고 가정해본다면 국제질서는 하루아침에 무너질지도 모른다.

'데이터 표준화'도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데이터와 숨 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터는 공기와 같아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휴대폰과 컴퓨터ㆍTV, 그리고 가까운 슈퍼에도 축적돼 있다.


문제는 각 기업이 정보 시스템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의미의 데이터를 다른 명칭으로 관리해 데이터 통합시 많은 오류가 나타나거나, 동일한 명칭의 데이터를 시스템 간에 상이한 로직으로 산출해 다른 의미로 활용함으로써 빈번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시중은행이 다른 은행을 인수ㆍ합병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오류가 발생해 시간과 비용을 중복 지출하는 피해를 겪은 바 있다.

기업의 정보시스템은 한두 달, 혹은 1~2년 쓰기 위해 구축된 것은 아닐 것이다.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가 축적되고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정보를 기업은 활용한다. 공들여 쌓아 올린 고품질의 데이터를 적시에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세계 공통의 규격이 명시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해 1개 이어 2개 추가 채택 추진


명칭의 통일을 통해 다양한 계층 간의 신속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필요한 데이터의 소재 파악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이 감소되며, 일관된 데이터 형식과 규칙의 적용으로 데이터 품질이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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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4월 캐나다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데이터 표준화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는 경사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데이터 국제표준은 국제표준기구(ISO)에서 관장하며 각국 대표가 참여해 수차례의 국제회의와 토론을 거처 국제표준으로 채택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국의 산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제적 합의를 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7일 ISO는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이 제안한 산업 데이터 분야의 마스터 데이터 품질관리 프레임워크(ISO 8000-150)를 정식 국제표준(TS)으로 채택했다. 이는 2년9개월의 장기간 노력으로 거둔 성과였다.

이번 국제표준은 국내 데이터 품질관리 수준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과시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ISO 표준에 의한 인증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국내 표준이 ISO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여세를 몰아 우리 진흥원은 또 다른 국제표준을 추진하고 있는데 '데이터 품질관리 성숙모형'과 '데이터 품질관리 평가기준'국제표준의 등록작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제안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된다면 ISO 기반의 데이터 품질관리 인증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돼 국내 약 1,000억원대 데이터 품질관리 인증시장이 형성되는 계기가 된다.

해외진출 발판 DB진흥법 제정을

그렇게 되면 데이터 품질관리 분야에서 국내 데이터베이스(DB) 전문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큰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김을동 의원 등 17인의 국회의원이 발의해 지난 12월23일 국회에 상정된 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법이 제18대 국회 회기 안에 제정된다면 3개 ISO 국제표준 채택을 동력으로 10조원 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데이터베이스산업이 새롭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임을 굳게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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