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미자유무역지대 거센 반대역풍

[LA타임스=본사특약] 저개발국 "시장 뺏기고 정부정책 약화될것" 북단 알래스카에서 남단 칠레까지를 하나로 묶는 전미자유무역지대(FTAA) 구축에 관한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이에 대한 반대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남미 최대이자 세계 9번째 경제 대국인 브라질 하원은 최근 미국 중심의 FTAA를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브라질은 특히 미국이 FTAA를 활용, 아마존 개발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 최대 야당 노동당의 루이스 이나시오 다 실바 총재의 반대 목소리는 거세다. 실바 총재는 "우리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FTAA를 저지할 것이며 승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FTAA는 진정한 자유무역지대 창설이 아닌 라틴아메리카를 미국에 종속시키려는 미국측 술책이란 게 그의 평가이다. 이 같은 점은 부시 행정부의 주장과 크게 대조된다. 부시는 FTAA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 34개국 간 상품교역이 자유롭게 이뤄지면 이 지역의 가난은 사라질 것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남미의 저개발 국가들은 미국과 같은 거대국가와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으며, 결국 미국기업에 시장을 빼앗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 잠식 뿐만 아니라 중남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권한 역시 약해질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FTAA하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마찬가지로 개별 기업이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남미 정부의 정책이 미국정부의 지지를 받는 미국계 대기업의 소송을 통해 바뀔 수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중남미 정부의 통제력 역시 크게 약화될 가능성도 이들은 높게 보고 있다. FTAA에 대한 비판은 그 동안 이에 대해 우호적이던 그룹에서도 나오고 있다. FTAA 추진에 적극적이던 미주기구(OAS)의 무역담당 자문관 호세 매뉴엘은 최근 "자유무역지대가 구축되더라도 남미의 가난이 수십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내 일각에서도 노조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FTAA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FTAA가 추진되면 상당수 미국내 공장이 남미로 옮겨가면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 부시 행정부가 통상대권으로 불리는 무역촉진권(TPA)의 의회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점이 원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거세지는 반대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미국이 현재 FTAA에 적용하고 있는 자유경쟁(free trade)이라는 원칙을 공정경쟁(fair trade)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세계최강 미국과 가난한 볼리비아가 동등한 무역파트너라는 관점에서 출발한 현 FTAA는 결국 국가간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란 게 특히 중남미측 경제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공정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이들 국가의 채무를 덜어주고 경제적 지원을 실시해야 한다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남미 전문가들이 공정경쟁의 모델로 꼽고 있는 것은 유럽연합이다. 실제 유럽연합의 부국인 독일ㆍ프랑스 등은 통합과정에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그리스ㆍ포르투갈 등에 대한 경제적 원조를 실시했다. 부시 행정부가 중남미를 가난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싶다면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리=장순욱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